
이사하고 맞은 첫 아침, 아직 아무것도 걸지 않은 창으로 들어온 빛에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어요.
침실은 암막 커튼, 거실은 빛을 조절하는 블라인드나 속커튼, 물기가 닿는 주방과 욕실 창은 알루미늄 계열 블라인드가 기본값이에요. 집 전체를 한 종류로 통일할 이유는 없어요. 창마다 하는 일이 다르니까요. 아래에서는 방별 결론을 먼저 못 박고, 그 결론이 왜 그렇게 갈리는지를 빛 차단·습기·관리·설치 순서로 풀어볼게요.
창 앞에 줄자를 들고 서기 전에 읽으면 결정이 훨씬 빨라집니다.
침실 거실 주방, 우리 집은 어디에 뭘 달까
결론부터 방별로 지정할게요.
- 침실: 암막 커튼. 잠을 위한 방이라면 빛샘을 줄이는 쪽이 우선이에요
- 거실: 낮에 빛을 자주 조절한다면 콤비 블라인드나 롤스크린, 아늑함과 소리 흡수를 원한다면 커튼
- 주방: 물과 기름이 튀는 창이라면 알루미늄 블라인드나 방수 원단 롤스크린. 길이는 창틀 안쪽으로 짧게
- 욕실: 알루미늄 블라인드, 또는 창가리개 대신 불투명 시트
- 아이방·반려동물이 있는 방: 조절 줄이 없는 코드리스 방식이나 커튼
- 서재·작업방: 모니터 반사가 싫다면 슬랫 각도로 빛을 위로 꺾을 수 있는 블라인드

여기서 하나 덜어내도 좋아요. 거실 전체를 암막으로 덮는 시공은 대부분 필요 없어요. 거실에서 정말 필요한 건 한낮의 직사광을 걷어내는 정도이고, 완전한 어둠은 침실 하나면 충분한 경우가 많거든요.
커튼과 블라인드가 갈리는 자리 5가지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다섯 군데예요.
- 빛 차단 방식: 커튼은 원단 한 장으로 막고, 블라인드는 조각을 겹쳐 막아요
- 습기 대응: 원단은 물기를 머금고, 알루미늄과 PVC는 물기를 털어내요
- 관리 방식: 커튼은 떼어서 세탁, 블라인드는 달린 채로 닦기
- 소리와 온기: 두꺼운 원단은 소리와 찬 공기를 한 겹 눌러줘요
- 창 앞 공간: 커튼은 좌우로 접히며 자리를 먹고, 블라인드는 위로 걷혀 창 앞이 비어요
이 다섯 가지 중 그 창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만 정하면 답은 거의 자동으로 나와요. 주방 창에서 1번을 따질 일은 별로 없고, 침실 창에서 5번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드물죠.
암막은 커튼이 유리해요, 빛은 원단이 아니라 틈으로 샙니다
어두운 방을 원한다면 커튼 쪽 손을 들어주는 게 맞아요. 원단 자체의 차광 성능은 제품 표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안감을 덧댄 암막 원단은 빛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아요.
문제는 원단이 아니에요. 빛은 봉 위쪽, 커튼과 벽 사이 양옆, 바닥 틈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암막 커튼을 달 때는 창 폭보다 좌우로 넉넉히 넓게, 봉은 창 위쪽에서 조금 더 높이 다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커튼박스가 있는 집이라면 봉 위 빛샘은 저절로 해결되고요.
블라인드는 구조상 틈이 남아요. 슬랫을 완전히 닫아도 조각과 조각이 만나는 선, 각도 조절 줄이 지나는 구멍, 창틀과 제품 사이 간격에서 빛이 들어와요. 암막 롤스크린이라면 원단은 통짜지만 좌우 레일 틈은 여전히 남습니다. 창틀 안쪽에 딱 맞춰 넣는 매입 설치는 깔끔한 대신 빛샘에는 불리하고, 창틀 바깥 벽면에 넓게 다는 방식이 어둠에는 유리해요.
낮잠이나 교대 근무처럼 한낮에 자야 하는 상황이라면 커튼, 자는 시간이 밤에 고정돼 있다면 블라인드로도 충분합니다.
창가 결로와 곰팡이, 잘못 달면 원단이 먼저 상해요
겨울 창가에 맺히는 물방울은 창가리개가 만드는 게 아니에요. 바깥의 찬 공기와 실내의 습한 공기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만나면서 생기죠. 다만 어떤 가리개를 다느냐에 따라 그 물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달라져요.
두꺼운 커튼을 유리에 바짝 붙여 늘어뜨리면 창과 원단 사이 공기가 갇혀요. 그 좁은 공간의 습기가 빠지지 못하면 원단 아랫단부터 얼룩이 앉기 시작합니다. 결로가 잦은 창이라면 커튼을 유리에서 한 뼘 정도 띄우고, 아침에 창을 열 때 커튼도 함께 걷어두는 습관이 원단 수명을 좌우해요.

물기가 직접 닿는 자리에서는 소재로 갈립니다. 원목 블라인드는 습기를 먹으면 슬랫이 휘거나 갈라져서 욕실·주방 창에는 권하지 않아요. 알루미늄과 PVC 슬랫은 물이 닿아도 마른 천으로 닦으면 끝이라 물기 창에서 가장 안정적이에요. 주방 창에 굳이 원단을 걸고 싶다면 방수·발수 처리된 롤스크린 정도가 현실적인 타협점입니다.
청소 주기로 보는 커튼 블라인드 관리 난이도
손이 덜 가는 쪽을 묻는다면 답은 창의 위치에 따라 뒤집힙니다.
커튼은 떼어서 세탁기에 넣을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에요. 다만 암막 원단은 무겁고, 코팅 안감이 붙은 제품은 세탁 방법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요. 제품에 붙은 취급 라벨을 먼저 확인하고, 자신이 없으면 물세탁 가능한 원단으로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돌리는 정도로 관리 주기를 잡으면 무난해요.
블라인드는 반대예요. 평소에는 극세사 장갑이나 마른 솔로 슬랫을 훑기만 하면 되니까 일상 관리가 가볍습니다. 대신 기름때가 앉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조각 하나하나를 앞뒤로 닦아야 해서 주방 창의 묵은 때는 손이 많이 갑니다. 슬랫 수가 적은 롤스크린이나 콤비 블라인드가 이 점에서는 편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지만 앉는 방이라면 블라인드가 편하고, 기름이나 냄새가 배는 창이라면 통째로 빨 수 있는 커튼이 이겨요.
우리 집 창이 받아주나, 설치 전 확인할 질문 3개
제품을 고르기 전에 창을 먼저 재봐야 해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면 선택지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첫째, 이 창을 하루에 몇 번 여나요. 환기하러 자주 여는 창이라면 커튼을 매번 걷어야 해서 번거로워요. 창틀 안쪽에 매입한 블라인드는 창 여닫는 동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거의 열지 않는 큰 창이라면 커튼이 편해요.
둘째, 창 앞에 물건이 놓여 있나요. 싱크대, 책상, 소파 등받이, 화분이 창 앞을 막고 있다면 바닥까지 내려오는 커튼은 자리를 못 잡아요. 이런 창은 위로 걷히는 롤스크린이나 블라인드가 답입니다.
셋째, 벽에 못을 박을 수 있나요. 콘크리트 벽이면 대부분 문제없지만, 석고보드 벽은 전용 앵커가 필요해요. 전셋집이라 타공이 부담스럽다면 창틀에 나사 없이 무는 브래킷이나 압축봉 방식을 알아보세요. 압축봉은 지탱하는 무게에 한계가 있어서 두꺼운 암막 커튼보다는 얇은 속커튼에 어울립니다.

비용은 여기서 확정해드릴 수가 없어요. 창 크기, 원단 종류, 커튼 주름을 몇 배로 잡는지, 레일 시공을 넣는지에 따라 견적이 크게 흔들리거든요. 창 폭과 높이를 재둔 다음 같은 조건으로 두세 곳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이 자리엔 달지 마세요
선택보다 중요한 게 안 할 일을 아는 거예요. 다음 조합은 피하는 편이 좋아요.
- 가스레인지 바로 옆 창의 긴 커튼: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있어요. 이 자리는 짧은 블라인드나 롤스크린으로
- 욕실·다용도실의 원목 블라인드: 습기로 슬랫이 휘어 몇 계절 못 갑니다
- 아이 침대나 놀이 매트 옆의 긴 조절 줄: 줄이 목에 감기는 사고 위험이 알려져 있어요. 줄 없는 코드리스 방식이나 커튼을 고르고, 기존 제품은 줄을 높이 감아 고정하세요
- 결로가 심한 창에 바닥까지 닿는 두꺼운 커튼: 아랫단에 얼룩이 앉습니다
- 창을 자주 여는 자리의 바닥 길이 커튼: 드나들 때마다 걷어야 해서 결국 한쪽으로 묶어두게 돼요
2년 살 집인가 오래 살 집인가, 조건별 최종 선택
같은 방이라도 사는 조건이 다르면 답이 바뀝니다.
전월세로 2년 정도 살 예정이라면 커튼 쪽이 유리해요. 블라인드는 창 크기에 맞춰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사 가면 다시 쓰기 어렵거든요. 커튼은 봉만 새로 달면 다음 집에서도 쓸 수 있고, 길이가 안 맞으면 수선도 됩니다.
자가이거나 오래 살 집이라면 창별로 최적화하는 게 이득이에요. 침실은 커튼박스에 암막 커튼, 거실은 콤비 블라인드, 주방은 알루미늄처럼 나눠서 다는 조합이 살면서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예산을 줄여야 한다면 침실 한 곳에만 제대로 된 암막 커튼을 넣고, 나머지 창은 기성 사이즈 롤스크린으로 채우세요. 창가리개는 모든 창에 동시에 완성해야 하는 물건이 아니에요.

둘 다 포기 못 하겠다면 겹쳐 다는 방법도 있어요. 창 쪽에 블라인드를 넣어 낮 동안 빛을 조절하고, 그 앞에 커튼을 한 겹 두면 밤에는 어둠과 아늑함을 챙길 수 있어요. 대신 비용과 창 앞 두께가 늘어나니 큰 창이 있는 거실이나 침실에서만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커튼 주름은 1.5배와 2배 중 뭐가 나은가요? A. 창 폭 대비 원단을 몇 배로 쓰는지를 뜻해요. 2배로 잡으면 주름이 깊어져 풍성해 보이고 빛샘도 줄지만 원단값이 올라갑니다. 좁은 방이나 예산을 아껴야 하는 창은 1.5배로도 충분해요.
Q. 커튼 봉과 레일 중 어느 쪽을 고를까요? A. 봉은 노출되는 디자인 요소라 인테리어 포인트로 쓰기 좋고, 레일은 천장이나 커튼박스 안에 숨겨 깔끔하게 마감돼요. 암막이 목적이라면 커튼박스에 넣는 레일 방식이 봉 위 빛샘에 유리합니다.
Q. 블라인드 슬랫 폭은 25mm와 50mm 중 뭐가 좋나요? A. 좁은 창이나 조밀한 느낌을 원하면 25mm, 넓은 창에서 시야를 트고 싶으면 50mm가 어울려요. 슬랫이 넓을수록 완전히 열었을 때 창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Q. 커튼 길이는 바닥에서 얼마나 띄우나요? A. 바닥에 살짝 닿지 않을 만큼, 보통 1~2cm 정도 띄워 재는 경우가 많아요. 바닥에 끌리게 늘어뜨리는 연출도 있지만 먼지가 붙고 청소가 번거로워집니다.
Q. 방충망이나 창문 여닫는 데 걸리지 않을까요? A. 창틀 안쪽에 설치하는 매입형은 창짝이 지나가는 궤도와 겹칠 수 있어요. 실측할 때 창틀 깊이와 손잡이 위치를 함께 재두면 이런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Q.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는 집은 어떤 게 나은가요? A. 늘어진 줄을 장난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코드리스 제품이 안전해요. 커튼은 발톱에 올이 나갈 수 있으니 조직이 촘촘한 원단이나 짧은 길이를 고려해보세요.
창마다 답이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도, 커튼이냐 블라인드냐로 며칠씩 검색창을 떠돌 일은 없어요. 줄자를 들고 창 앞에 설 때 이 글의 실측 질문 3개를 다시 펼칠 수 있게 즐겨찾기에 담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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