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에 거실 불을 켰는데 집이 병원 대기실 같다고 느낀 적 있으시죠? 어둡다 싶어 더 밝은 전구로 바꿨는데, 막상 소파에 앉으면 눈만 피곤해요.
저는 거실 전구를 흰빛으로 바꿨다가 나흘 만에 도로 뺐습니다. 밝기는 분명히 올라갔는데 저녁에 거실에 앉아 있기가 싫어지더라고요.
바뀐 것은 밝기가 아니라 빛의 색이었어요. 전구 포장에 적힌 K(켈빈)라는 숫자가 그 색을 정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방 이름만 보고 고르면 또 틀립니다. 거실이라고 다 같은 거실이 아니고, 주방은 한 공간 안에서도 자리마다 하는 일이 달라요.
먼저 할 일은 지금 우리 집 천장에 달린 전구가 몇 K인지 확인하는 겁니다.
지금 켜진 조명이 몇 K인지 확인하는 법
새 전구를 고르기 전에 지금 달린 전구부터 확인하세요. 지금 값을 모르면 새로 산 전구가 나아졌는지 나빠졌는지 견줄 데가 없습니다.
전구를 소켓에서 빼서 몸통 아래쪽과 금속 베이스를 보세요. 6500K처럼 숫자가 인쇄된 제품도 있고, 주광색이나 전구색이라고 글자로만 적힌 제품도 있어요.
방등이나 거실등처럼 등기구와 광원이 붙어 있으면 커버를 돌려 열고 안쪽 라벨을 봅니다. 라벨에는 소비전력(W)과 광속(lm), 색온도(K)가 함께 적혀 있어요.

표기를 못 찾으면 구매 내역을 뒤지는 편이 빠릅니다. 온라인으로 샀다면 주문 상세 화면에 색온도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거실등 커버를 열고 나서야 6500K짜리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고른 값이 아니라 이사 들어올 때부터 달려 있던 값이었습니다.
확인이 끝나면 방 이름 옆에 지금 K 값을 적어두세요. 다음 단계에서 이 목록 위에 바로 답을 적게 됩니다.
방 이름 말고 그 방에서 하는 일로 나눈다
거실을 몇 K로 할지 검색하면 3000K라는 답과 5000K라는 답이 같이 나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에요. 그 거실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누는 기준은 하나예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눈이 무엇을 오래 보느냐입니다.
글자나 재료, 손끝을 자세히 봐야 하는 일이 있어요. 책 읽기, 서류 보기, 재료 다듬기, 화장하기가 여기 들어갑니다.
반대로 눈이 쉬는 일도 있습니다. TV 보기, 이야기 나누기, 눕기, 자기 전에 뒤척이기가 그쪽이에요.
한국소비자원은 LED 전구를 살 때 하얀빛을 원하면 주광색이나 주백색을, 노란빛을 원하면 전구색을 고르라고 안내합니다. 취향 문제로 들리지만, 방마다 하는 일이 다르면 그 취향도 방마다 갈려요.
종이에 방 이름을 적고, 그 옆에 그 방에서 하는 일을 두 개까지만 적으세요. 세 개가 넘는 방은 전구 하나로 안 됩니다. 그런 방은 전체등과 부분등을 나눠서 생각해야 해요.
여기까지 적었으면 방마다 K 값을 붙일 차례입니다.
거실 침실 주방에 넣을 색온도 3가지
KS A 3325는 램프의 광원색을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이름마다 색온도 범위가 정해져 있어요.
- 전구색(L) 2600~3150K
- 온백색(WW) 3200~3700K
- 백색(W) 3900~4500K
- 주백색(N) 4600~5400K
- 주광색(D) 5700~7100K
시중 LED 전구 포장에는 이 안에서 2700K, 4000K, 5000K, 6500K가 주로 찍혀 나옵니다.
거실은 하는 일이 가장 많이 섞이는 방입니다. 전체등은 온백색에서 백색 사이, 그러니까 3000K대에서 4000K대로 잡으세요. 책이나 서류를 보는 자리에만 주백색 스탠드를 따로 두면 됩니다.
거실 전체를 주광색으로 올리면 저녁 내내 사무실 같은 빛 아래 앉아 있게 돼요. 제가 나흘 만에 전구를 도로 뺀 이유도 이것이었습니다.

침실은 전구색으로 내립니다. 2700K대면 충분하고, 여기서 밝기까지 같이 낮출 필요는 없어요. 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면 머리맡 스탠드 하나만 백색으로 두면 됩니다.
주방은 한 공간에서 두 색을 씁니다. 칼을 쓰고 재료 색을 봐야 하는 조리대 쪽은 주백색인 5000K 언저리가 편합니다. 식탁 위 펜던트는 전구색으로 내려야 음식 색이 따뜻하게 보여요.
주방을 등 하나로만 쓰는 집이라면 조리대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식탁은 나중에 스탠드나 펜던트로 덮을 수 있지만, 어두운 조리대는 덮을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정하면 살 전구의 K가 나옵니다. 그런데 K를 맞춰 샀는데도 어둡거나 색이 탁해 보이는 일이 생겨요.
전구를 사기 전에 K 말고 무엇을 볼까?
포장에서 같이 봐야 할 숫자가 둘 더 있습니다. 밝기를 나타내는 광속(lm)과, 색이 얼마나 제대로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연색성(Ra)이에요.
**광속(lm)**은 W가 아니라 이 값으로 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에 LED 전구를 비교시험했더니 제품별 광속이 877lm에서 1,461lm까지 벌어졌어요. 같은 전구처럼 보여도 밝기는 1.6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광효율(lm/W)**은 광속을 소비전력으로 나눈 값입니다. 같은 시험에서 이 값은 80lm/W에서 131lm/W까지 나왔고, 소비자원은 130lm/W 이상인 제품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했어요. 효율이 높은 제품을 쓰면 낮은 제품보다 전기를 최대 39%까지 덜 씁니다.
**연색성(Ra)**은 100에 가까울수록 자연광 아래에서 보는 색에 가까워집니다. 같은 시험에서 제품별 연색지수는 83에서 86 사이로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주방처럼 재료 색을 봐야 하는 자리는 이 값을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켓 규격을 봅니다. 소비자원도 구매 전에 소켓 형태와 지름을 확인하라고 안내해요. E26이면 나사형 소켓에 지름이 26mm라는 뜻입니다.
숫자를 다 맞춰 전구를 바꿨다면, 이제 제대로 골랐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색온도를 바꾸고 나서 실패를 알아채는 신호
방 전체를 한 번에 바꾸지 마세요.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자리 하나만 먼저 바꾸고 사흘을 지내보는 편이 손해가 적습니다.
사흘 안에 아래 세 가지가 나타나면 그 K는 그 방에 안 맞는 값이에요.
첫째, 저녁에 그 방에서 자꾸 눈을 찡그리거나 등 하나를 꺼버리게 됩니다. K가 그 방에서 하는 일보다 높을 때 나오는 반응입니다.
둘째, 주방에서 고기가 익었는지 채소가 시들었는지 잘 안 보입니다. 조리대 K를 너무 낮췄거나 연색성이 낮은 전구를 달았을 때 생겨요.

셋째, 문을 열 때마다 빛 색이 튀어 보입니다. 거실과 주방처럼 서로 트인 두 공간에 전구색과 주광색을 마주 놓았을 때 잘 나타납니다.
세 가지가 다 안 나타나면 그 방은 끝난 겁니다. 그때 같은 K로 나머지 등을 채우세요.
되돌리는 비용은 전구 한 개 값이에요. 그래서 집 전체 전구를 한꺼번에 주문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빼둔 전구는 버리지 말고 두세요. 거실에서 밀려난 주광색 전구는 세탁실이나 창고, 옷 색을 봐야 하는 드레스룸에서 제 자리를 찾습니다. 조명 색온도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몇 년을 그대로 쓰게 되니, 사흘 확인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조명 색온도는 집 구조와 생활 시간에 따라 답이 갈리더라고요. 어느 방을 몇 K로 맞추셨는지, 바꾸고 나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조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욕실과 현관은 몇 K로 맞추나요? A. 두 곳 다 오래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서 거실만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나가기 전에 얼굴이나 옷 색을 확인하는 자리라면 백색에서 주백색 사이가 편해요. 욕실은 습기가 있으니 방습 등기구인지도 함께 확인하세요.
Q. 색온도가 바뀌는 전구는 쓸 만한가요? A. 스위치를 껐다 켜면 전구색과 주광색이 번갈아 나오는 제품이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하는 일이 낮과 밤에 크게 달라지는 방이라면 쓸 만해요. 다만 바뀌는 폭이 제품마다 다르니 표기된 K 값을 두 가지 다 확인하고 사세요.
Q. 색온도를 낮추면 전기요금이 줄어드나요? A. 전기요금을 정하는 것은 색온도가 아니라 소비전력(W)입니다. 같은 W라면 전구색이든 주광색이든 요금 차이는 거의 없어요. 요금을 줄이려면 K가 아니라 광효율(lm/W)이 높은 제품을 고르는 쪽이 맞습니다.
Q. 같은 주광색인데 제품마다 색이 달라 보이는 이유는 뭔가요? A. KS A 3325에서 주광색은 5700K부터 7100K까지를 한 이름으로 묶습니다. 범위가 1400K나 되니 같은 주광색 표기라도 제품에 따라 눈에 띄게 다를 수 있어요. 한 방에 여러 개를 달 때는 같은 제품으로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아이 공부방은 어떻게 하나요? A. 책상에서 글자를 오래 보는 방이라 전체등을 백색이나 주백색으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도 자는 방이면 전체등은 백색으로 두고 책상 스탠드만 주백색으로 올리는 편이 무난해요. 스탠드는 쓰는 손 반대쪽에 놓아야 그림자가 글자를 덮지 않습니다.
Q. 간접조명이나 무드등도 같은 기준으로 고르나요? A. 간접조명은 벽이나 천장에 빛을 튕겨 쓰는 조명이라 밝기보다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전구색 쪽으로 낮춰 두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등과 색 차이가 너무 크면 켜고 끌 때마다 방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니 전체등보다 한 단계만 낮추는 편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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