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두껍게 입고 나갔다가 점심때 팔에 걸치고 다닌 적 있으시죠? 반대로 낮 기온만 보고 얇게 나섰다가 퇴근길에 어깨를 움츠린 날도 있고요.
저도 날씨 앱 맨 위에 크게 뜨는 숫자 하나만 보고 옷장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같은 13도인데 어떤 날은 딱 맞고 어떤 날은 얇더라고요.
기온 하나로는 그날의 추위가 다 안 잡힙니다. 바람이 불면 같은 숫자도 다르게 느껴지고, 지하철과 사무실을 몇 번 오가느냐에 따라 또 다릅니다. 안에 무엇을 입었는지도 겉옷만큼 큰 몫을 합니다.
그래서 옷장 앞에서 볼 숫자는 두 개예요.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입니다.
아침 최저기온으로 오늘 꺼낼 아우터 정하는 법
가을 겉옷은 보통 아우터라고 부르죠. 이 아우터를 실제로 걸치고 있는 시간은 하루 종일이 아닙니다. 출근길과 귀갓길, 그리고 점심 먹으러 나가는 십몇 분이 거의 전부예요.
날씨 앱은 그날의 최고기온을 가장 크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최고기온이 찍히는 시각은 대개 오후 두세 시고, 그때 대부분은 실내에 있습니다. 아우터를 고를 때 볼 숫자는 최고기온이 아니라 아침 최저기온입니다.
아침 최저기온을 구간으로 끊어 아우터를 짝지으면 이렇게 됩니다.
| 아침 최저기온 | 꺼낼 아우터 |
|---|---|
| 18~20도 | 얇은 카디건, 셔츠 한 장 |
| 15~17도 | 데님 재킷, 셔츠형 재킷, 얇은 블레이저 |
| 12~14도 | 트렌치코트, 야상, 가죽 재킷 |
| 9~11도 | 울 코트, 무스탕, 경량 패딩 |
| 5~8도 | 두꺼운 울 코트, 패딩 |

이 표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바람이 거의 없고, 안에 얇은 긴팔 하나만 입었을 때의 기준이에요.
조건이 달라지면 표가 가리키는 칸도 한 줄씩 움직입니다. 같은 15도 아침인데 데님 재킷으로 충분한 날이 있고, 그대로 입고 나갔다가 팔이 시린 날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같은 15도인데 어떤 날만 추운 이유
추위가 걱정될 때 체감온도를 찾아보게 되죠. 그런데 간절기에는 이 숫자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기상청은 기온이 10도 이하이고 풍속이 초속 1.3미터를 넘을 때만 체감온도를 산출합니다. 15도짜리 아침은 계산 대상이 아니에요. 간절기에 체감온도 칸이 비어 있는 것은 앱이 빠뜨린 게 아니라 원래 안 만드는 값입니다.
그래서 간절기에는 바람을 숫자로 직접 봐야 합니다. 아래 세 가지가 표의 칸을 움직입니다.
풍속
기상청이 쓰는 체감온도 계산식에 기온 10도와 초속 1.3미터를 넣으면 9.9도가 나옵니다. 같은 10도에 초속 5미터를 넣으면 7.6도로 떨어집니다. 바람이 초속 5미터로 부는 날은 기온에서 2도쯤 빼고 표를 보면 얼추 맞아요.
초속 5미터는 나뭇잎과 잔가지가 계속 흔들리는 정도입니다. 날씨 앱 상세 화면에서 풍속을 확인할 수 있고, 강변이나 다리를 건너는 출근길이면 예보값보다 세게 붑니다.
실내외를 오가는 횟수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걷고, 내려서 사무실까지 걷고, 점심때 한 번 더 나갑니다. 하루에 실외에 있는 시간이 40분 안팎이면 아우터가 버텨야 할 시간도 그만큼입니다.
반대로 아이 등원을 시키고 장을 보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날은 실외 시간이 두 시간을 넘어가요. 같은 15도라도 뒤쪽 하루는 표에서 한 칸 아래를 봐야 합니다.
안에 입은 옷
반팔 위에 트렌치코트만 걸친 것과, 얇은 니트를 겹치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것은 다른 옷차림입니다. 표는 얇은 긴팔 하나를 기준으로 만든 거라, 니트를 하나 더 넣으면 표에서 한 칸 위 기온까지 버팁니다.

결국 매일 다른 아우터를 꺼내게 되는 것은 바람과 이동 시간과 이너를 아우터 한 벌로 다 감당하려 하기 때문이에요. 이 셋을 나눠 맡기면 꺼낼 옷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땀, 보온, 바람을 세 층으로 나눠 입는 법
겹쳐 입는 옷은 하는 일이 층마다 다릅니다. 피부에 닿는 안쪽층은 땀을 처리하고, 중간층은 몸의 열을 잡아 두고, 바깥층은 바람과 비를 막아요.
한겨울에는 셋을 다 두껍게 하면 됩니다. 간절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하루 안에서 필요한 보온의 양만 오르내리기 때문이에요. 바람은 아침에도 낮에도 불고, 땀도 아침저녁으로 납니다. 바뀌는 것은 중간층뿐입니다.
1단계, 바깥층을 한 벌로 고정합니다
앞의 표에서 고른 아우터를 그 주 내내 그대로 둡니다. 매일 아침 옷장에서 아우터를 다시 고르지 않는 게 이 단계의 목적이에요.
2단계, 중간층을 두 개 준비합니다
얇은 쪽과 두꺼운 쪽을 하나씩 정합니다. 얇은 쪽은 긴팔 티셔츠나 게이지가 촘촘한 얇은 니트, 두꺼운 쪽은 두툼한 니트나 패딩 조끼입니다.
어느 쪽을 넣을지는 일교차로 정합니다. 앞의 표는 구간 폭이 3도예요. 낮 최고기온에서 아침 최저기온을 뺀 값이 6도를 넘으면 표가 아침과 낮에 서로 다른 칸을 가리킵니다. 이때는 두꺼운 중간층을 넣고, 벗어서 가방에 들어가는 것으로 고릅니다.
3단계, 안쪽층은 땀이 남지 않는 소재로 고릅니다
서둘러 걷는 출근길에는 10월에도 땀이 납니다. 면 티셔츠 한 장은 그 땀을 머금은 채로 오후까지 갑니다. 에어컨이 도는 사무실에 앉으면 그때부터 등이 서늘해져요.
벗은 중간층을 가방에 넣을 수 있는지, 안쪽층에서 땀이 빠지는지는 소재를 보고 압니다.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가을 겉옷 소재
소재마다 수분을 머금는 양이 다릅니다. 섬유별로 표준이 되는 수분 함유율은 KS 규격에 값이 정해져 있어요.
| 소재 | 표준 수분 함유율 | 무게와 부피 | 접어서 가방에 |
|---|---|---|---|
| 울 | 15% | 무겁고 두껍다 | 구김이 남는다 |
| 면 | 8.5% | 가볍지만 부피가 있다 | 부피가 줄지 않는다 |
| 나일론 | 4.5% | 가볍고 얇다 | 손바닥만 하게 접힌다 |
| 폴리에스터 | 0.4% | 가볍다 | 접힌 자국이 금방 펴진다 |
울의 15%와 폴리에스터의 0.4%는 서른 배 넘게 벌어집니다. 울은 수분을 안으로 품고도 겉이 젖은 느낌을 덜 주고, 폴리에스터는 수분을 거의 안 안고 표면으로 밀어냅니다.
안쪽층에 면 티셔츠가 불리한 이유가 여기서 나와요. 면은 폴리에스터보다 스무 배 넘게 수분을 머금습니다. 한 번 젖으면 마르는 데 오래 걸립니다.
바깥층은 반대 성질이 필요합니다. 나일론은 실이 가늘고 촘촘하게 짜여서 같은 두께에서 바람을 잘 막고, 접었을 때 부피가 가장 적게 남습니다. 트렌치코트에 나일론 혼방이 흔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울 코트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울은 보온에서 앞서고, 대신 벗어서 가방에 넣는 용도로는 쓰기 어렵습니다. 아침에 입고 나가 하루 종일 걸치고 있을 아우터라면 울이 맞고, 벗었다 입었다 할 아우터라면 나일론 계열이 맞아요.
소재를 어떻게 아느냐면, 옷 안쪽 라벨을 보면 됩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한 가정용 섬유제품 표시사항에는 섬유의 혼용률을 적게 되어 있어서, 나일론 100%인지 폴리에스터 혼방인지 라벨에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하루를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그 한 벌을 몇 해나 쓸 수 있느냐입니다.
한 벌만 산다면 먼저 정할 색, 길이, 안감
간절기는 길어야 한 달 반입니다. 그 짧은 기간에 아우터를 여러 벌 사기보다 한 벌을 제대로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볼 것은 셋입니다.
색은 옷장에서 세어 보고 정합니다
지금 옷장에 걸린 하의를 색깔별로 세어 보세요. 검정과 진청이 가장 많으면 아우터는 베이지나 카키로 갑니다. 밝은 하의가 많으면 아우터를 네이비나 차콜로 잡습니다.
유행하는 색을 고르지 않아도 됩니다. 제일 많은 하의 색과 부딪히지 않는 쪽이면 그 한 벌로 한 계절을 넘깁니다.
길이는 앉아서 정합니다
입어 보고 의자에 앉아 보세요. 앉았을 때 밑단이 깔리면 지하철과 카페에서 매번 걷어 올리게 됩니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는 어느 하의에나 붙고, 무릎을 덮는 길이는 슬랙스나 롱스커트와 붙습니다. 간절기에 처음 사는 한 벌이라면 엉덩이를 덮는 쪽이 쓸 데가 많아요.
안감은 떼어지는지 봅니다
트렌치코트나 야상에는 안감을 지퍼나 단추로 떼어 낼 수 있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안감을 붙이면 911도까지, 떼면 1517도까지 커버합니다.
표에서 두 칸을 한 벌로 덮는 셈이에요.
반대로 안 봐도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방수 등급 표시입니다. 간절기에 우산 없이 몇 시간씩 비를 맞을 일은 드물고, 방수 등급이 높은 원단은 대개 뻣뻣하고 비싸집니다. 생활 방수만 되면 충분합니다.
이 세 기준을 새로 살 옷에만 대볼 필요는 없어요. 옷장에 이미 걸려 있는 작년 아우터에 그대로 대보면 됩니다.
작년에 입던 아우터를 다시 꺼내면 확인할 4가지
작년에 잘 입던 옷이라도 여름을 한 번 나면 상태가 바뀝니다. 꺼내자마자 걸치지 말고 네 군데를 보세요.
어깨 옷걸이 자국
무거운 코트를 얇은 철제 옷걸이에 걸어 두면 어깨 끝에 뿔처럼 튀어나온 자국이 남습니다. 스팀다리미를 30센티미터쯤 띄우고 김을 쐰 뒤 손으로 눌러 두면 대개 돌아옵니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깨 심지가 접힌 것이라 세탁소에서도 잡기 어렵습니다.
소매와 옆구리 보풀
보풀은 옷 전체에 고르게 생기지 않습니다. 가방끈이 닿는 옆구리와 소매 안쪽에 몰려요.
보풀 제거기를 쓸 때는 옷을 평평한 바닥에 펴 놓고 밉니다. 손으로 잡고 당긴 채 밀면 원단이 얇아집니다.
지퍼와 단추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내려 봅니다. 중간에 걸리면 이 사이에 낀 실밥을 빼고 지퍼 이빨에 연필심을 문질러 봅니다. 단추는 뒤에서 실이 헐거워진 것부터 다시 답니다.
시즌이 시작될 때 고치면 수선집이 한가하고, 11월에 들고 가면 밀립니다.

습기와 냄새
여름 내내 닫아 둔 옷장에서 꺼낸 옷은 눅눅한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바로 세탁소에 보내기 전에 그늘에서 반나절 걸어 두면 냄새가 상당히 빠집니다.
울 코트는 매 시즌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원단이 상합니다. 먼지만 털고 냄새를 뺀 뒤, 얼룩이 있는 곳만 부분 세탁으로 넘기는 편이 오래 갑니다.
네 군데를 보고 나면 올해 다시 입을 아우터와 정리할 아우터가 갈라집니다. 남은 것을 앞의 기온 표에 대보면, 비어 있는 칸이 새로 살 한 벌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비 예보가 있는 날은 기온 표에서 어느 칸을 보나요? A. 비가 오면 젖은 옷이 몸의 열을 가져가서 같은 기온이라도 더 춥게 느껴집니다. 표에서 한 칸 아래를 보되, 두께를 올리기보다 바깥층이 물을 튕겨 내는 소재인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Q. 안에 겹쳐 입을 것을 생각해서 아우터 사이즈를 한 치수 올려야 하나요? A. 어깨선과 소매 길이는 자기 치수로 맞추고, 품만 여유가 있는 디자인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어깨가 큰 아우터는 안에 무엇을 입어도 처져 보이고, 수선으로 줄이기도 어렵습니다.
Q. 아이 옷도 같은 기온대로 보면 되나요? A. 아이는 뛰어놀면서 체온이 오르고 땀도 많이 나서 어른보다 얇게 입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판단 기준이 어른과 달라서,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실내 온도와 바깥 활동 시간을 담임 선생님께 확인하고 맞추는 편이 정확합니다.
Q. 여름 내내 압축팩에 넣어 둔 아우터는 바로 입어도 되나요? A. 압축팩에서 꺼낸 옷은 섬유가 눌려 있어서 두께와 보온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하루 정도 옷걸이에 걸어 부피가 살아난 뒤에 입으세요.
Q. 아우터를 몇 벌 두면 간절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나요? A. 앞의 기온 표에서 자기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실제로 지나가는 구간을 세어 보면 대개 두세 칸입니다. 안감을 뗄 수 있는 한 벌이 두 칸을 덮으므로, 두 벌이면 대부분의 날을 채웁니다.
Q. 아침에 입고 나간 중간층을 벗으면 어디에 두나요? A.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두께라면 그 중간층은 애초에 잘못 고른 것입니다. 접었을 때 A4 크기 안으로 들어오는지 사기 전에 매장에서 한 번 접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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