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형 마트에서 2kg짜리 고기 한 팩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은 적 있으시죠? 100g당 값은 확실히 싼데, 우리 집이 저걸 다 먹을지가 안 그려져서요.
사고 나서 나눠 두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장을 보고 돌아온 날 저녁에 그 2kg을 앉아서 나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결국 산 봉지 그대로 냉동실에 밀어 넣게 되고, 한 번 꺼내려면 2kg을 통째로 녹여야 합니다.
나누는 요령을 먼저 찾을 일이 아닙니다. 카트에 넣기 전에 우리 집이 그 양을 몇 주에 걸쳐 먹는지부터 계산해야 해요.
창고형 마트 한 팩이 우리 집에서 몇 주 치일까?
계산은 두 번 나누면 끝납니다. 산 무게를 한 번에 먹는 양으로 나누면 몇 번 먹을 수 있는지가 나오고, 그 횟수를 일주일에 먹는 횟수로 다시 나누면 몇 주 치인지가 나와요.
삼겹살 2kg으로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한 끼에 300g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 상에 올린다면, 2000g을 300g으로 나눠 여섯 번이 나옵니다. 여섯 번을 다시 두 번으로 나누면 3주 치예요. 한 달 안에 없어지는 양이니 사도 됩니다.
간 고기는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3kg을 사서 한 번에 200g씩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쓴다면 열다섯 번, 그러니까 15주 치입니다. 넉 달 가까이 냉동실에 남아 있게 돼요.
미국 농무부는 간 고기를 3~4개월 안에 먹으라고 안내합니다. 덩어리 고기는 그보다 길게 두고 먹을 수 있지만, 간 고기는 공기에 닿는 면이 넓어 기간이 짧습니다. 계산해서 나온 주 수가 이 기간을 넘어가면 그 팩은 싸게 산 것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나온 주 수를 들고 냉동실 문을 열어 볼 차례입니다.

냉동실이 이미 70% 차 있으면 대용량은 손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장·냉동고를 용량의 70% 이내로 채우라고 안내합니다. 칸을 꽉 채우면 찬 공기가 돌지 못해 안쪽까지 온도가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에요.
2kg짜리 고기 한 팩을 300g씩 나누면 지퍼백 일곱 장이 됩니다. 눕혀서 얼린 뒤 세워 꽂을 자리가 한 칸에 나오는지 먼저 보세요. 그 자리가 안 나오면 봉지째 문 쪽에 끼워 넣게 되고, 그러면 나눈 의미가 없어집니다.
시간도 자리만큼 듭니다. 고기 2kg을 저울에 달아 일곱 덩이로 나누고 지퍼백에 펴 담으면 10분 남짓 걸립니다. 장을 보고 돌아온 날 저녁에 그 10분을 낼 수 있는지가 대용량을 살지 말지를 정합니다.
자리를 만들겠다고 멀쩡한 재료를 버릴 필요는 없어요. 주 수, 자리, 시간 셋 중 하나라도 답이 안 나오면 그날은 작은 팩을 사면 됩니다.
셋 다 답이 나왔다면, 이제 팩을 열고 고기부터 나눌 차례입니다.
고기를 1회분씩 평평하게 펴서 얼리는 4단계
1단계, 팩을 열기 전에 1회분 무게를 정합니다. 앞에서 계산할 때 쓴 그 무게예요. 저울이 없으면 평소 사던 작은 팩에 적힌 무게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2단계, 종이타월로 핏물을 닦습니다. 표면에 남은 물기가 그대로 얼면 서리가 되고, 녹일 때 그 물이 고기 맛을 빼내요.
3단계, 지퍼백에 한 덩이씩 넣고 평평하게 폅니다. 고기가 겹치지 않게 눌러서 얇게 만드는 것이 이 단계의 전부입니다. 얇을수록 찬 기운이 가운데까지 빨리 들어가고, 녹일 때도 빨리 녹아요.
4단계, 공기를 빼고 닫아 눕힌 채로 얼립니다. 지퍼백을 반쯤 닫고 바닥에 눌러 공기를 밀어낸 뒤 끝까지 잠급니다. 다 언 다음에 세워서 꽂으면 책처럼 나란히 서서 자리를 덜 먹습니다.

고기를 다 넣었으면 다음은 채소인데, 여기서는 무게보다 물기가 결과를 정합니다.
채소를 씻고 잘라서 얼리는 법
채소를 얼렸다가 꺼냈더니 한 덩어리로 붙어 있던 적 있으시죠? 물기를 남긴 채로 얼려서 그렇습니다. 채소는 씻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씻고 나서 물기를 얼마나 털어 내느냐가 결과를 정해요.
대파는 씻어서 물기를 닦고 쓸 크기로 썬 다음 지퍼백에 담습니다. 양파는 채 썰어 1회분씩 나눠 담으면 볶음 요리에 그대로 씁니다. 당근이나 애호박처럼 단단한 채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식힌 뒤 물기를 빼고 담아요.
담을 때는 한 봉지에 몰아 넣지 말고 한 번 쓸 양씩 나눕니다. 잘됐는지는 얼린 다음 날 봉지를 흔들어 보면 압니다. 낱개로 떨어지면 물기를 잘 뺀 것이고, 뭉쳐서 굴러다니면 다음번엔 한 번 더 털어 내야 해요.
냉동실에 넣을 것을 다 넣었으면, 이제 찬장으로 갈 것들이 남습니다.

봉지째 두면 안 되는 건조식품과 액체류 4가지
밀가루와 부침가루는 산 봉지째 찬장에 두지 않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화랑곡나방이 온도 1535도, 습도 2590%에서 생긴다고 안내합니다.
여름철 찬장 안이 정확히 그 범위예요.
애벌레가 얇은 비닐을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봉지를 집게로 집어 두는 것으로는 막지 못합니다.
밀폐 용기에 옮겨 담고 여름에는 냉장실에 두세요.
쌀도 같은 이유로 밀폐가 먼저입니다. 빈 페트병에 깔때기를 대고 나눠 부어 두면 벌레가 들어갈 틈이 없고, 한 병씩 꺼내 쓰게 됩니다.
간장과 식용유는 작은 병에 덜어 쓰고 큰 통은 뚜껑을 닫아 서늘한 곳에 둡니다. 큰 통을 조리대에 세워 두고 매번 열면 그때마다 공기가 들어가요. 덜어 쓴 작은 병이 비면 그때 다시 채웁니다.
견과류는 기름이 많아 실온에 두면 냄새부터 변합니다. 1회분씩 나눠 냉동실에 두고 먹을 만큼만 꺼내세요.
여기까지가 나눠 두면 오래가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나누는 것 자체가 소용없는 재료도 있어요.
냉동실에 넣으면 오히려 버리게 되는 식재료
대용량은 일단 얼려 두면 된다는 말이 여기서 막힙니다. 얼렸다 녹이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재료가 있어요.
감자는 안에 든 전분과 물이 얼면서 구조가 무너집니다. 녹이면 부슬부슬해지고 색도 어둡게 변해요. 익혀서 얼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요네즈와 샐러드드레싱은 물과 기름을 억지로 섞어 놓은 것이라, 얼리면 그 둘이 따로 뜹니다. 녹인 뒤에 저어도 원래대로 안 섞여요.
상추처럼 잎이 얇은 채소와 오이처럼 물이 많은 채소도 같습니다. 안에서 생긴 얼음 알갱이가 조직을 찢어 놓기 때문에, 녹이면 축 늘어지고 색이 어두워져요. 삶은 달걀은 흰자가 질겨져서 못 먹게 됩니다.
이 재료들은 나누는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대용량으로 사지 않으면 됩니다. 냉동으로 넘길 수 있는 것만 대용량으로 사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작은 단위로 사는 편이 덜 버려요.
그럼 냉동으로 넘긴 것들을 무엇에 담을지가 남습니다.
용기를 살 때 칸 수보다 한 칸 크기를 먼저 재는 이유
소분 용기를 사러 가면 열 칸, 스무 칸짜리 세트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칸이 많으면 더 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쓰이는 것은 한 칸에 1회분이 딱 맞는 용기예요.
한 칸이 1회분보다 작으면 한 끼를 차리려고 두 칸을 꺼내야 합니다. 두 칸을 꺼내면 남는 쪽이 생기고, 남은 것은 그날 다 써야 해요. 반대로 한 칸이 너무 크면 남는 빈 공간에 서리가 앉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고르기 전에 1회분을 먼저 재세요. 고기 300g, 국 한 그릇처럼 우리 집이 한 번에 쓰는 양을 적어 두고 그 양이 들어가는 크기를 찾습니다.
모양은 사각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둥근 통은 서로 닿는 자리가 좁아서 사이사이에 빈틈이 남고, 사각은 벽을 맞대고 서니 같은 칸에 더 들어가요. 고기와 채소는 통보다 지퍼백이 편합니다. 평평하게 눌러 얼릴 수 있고, 다 쓰고 나면 부피가 남지 않습니다.

담을 그릇이 정해졌으면 어느 칸에 넣을지가 마지막입니다.
문 쪽 칸과 안쪽 칸, 나눠 둔 대용량을 어디에 넣을까?
같은 냉동실이어도 문 쪽 칸과 안쪽 칸은 사정이 다릅니다. 문을 열 때마다 바깥 공기가 먼저 닿는 곳이 문 쪽이라 온도가 오르내리는 폭이 큽니다. 안쪽 칸은 문을 여닫아도 온도가 덜 흔들려요.
그래서 문 쪽에는 2주 안에 먹을 것을 넣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상에 올릴 고기, 자주 꺼내는 다진 마늘 같은 것들이에요. 안쪽에는 몇 달 두고 먹을 덩어리 고기나 견과류처럼 오래 둘 것을 넣습니다.
넣기 전에 지퍼백 겉면에 유성펜으로 두 가지를 적어 두세요. 산 날짜와 그 봉지에 든 무게입니다. 날짜가 없으면 어느 것이 먼저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고, 결국 손에 잡히는 것부터 꺼내게 돼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 지 오래된 식품을 앞쪽에 두라고 안내합니다. 새로 산 것은 뒤로 밀어 넣고 먼저 산 것을 앞으로 당겨 놓으면 됩니다. 장을 볼 때마다 이 순서만 지키면 뒤쪽에서 언제 산 것인지 모를 봉지가 나오는 일이 없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3~4개월 같은 기간은 안전이 아니라 맛과 식감을 기준으로 미국 농무부가 매긴 값입니다. 영하 18도 이하에서 계속 얼어 있었다면 그 기간을 넘겨도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은 떨어져요. 반대로 기간이 남았어도 냄새나 색이 이상하면 먹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냉동실이 영하 18도로 유지되는지는 냉장고 설정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온도가 안 맞으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조리한 음식은 식혀서 넣어야 하나요? A. 뜨거운 채로 넣으면 냉동실 안 온도가 올라가 옆에 있던 것들까지 녹았다 다시 업니다. 넓은 그릇에 펴서 한 김 식힌 뒤 담으세요.
Q. 지퍼백 대신 랩으로 싸도 되나요? A. 랩은 겹쳐 싸도 틈이 생겨 서리가 잘 앉습니다. 랩으로 한 번 싼 뒤 지퍼백에 넣는 식으로 두 겹을 만들면 낫습니다.
Q. 진공포장기를 사면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나요? A. 공기를 빼면 서리가 덜 생겨 맛이 오래 갑니다. 다만 기계값과 전용 봉지값이 계속 드니, 대용량을 얼마나 자주 사는지 따져 보고 정하세요.
Q. 냉동실에 서리가 잔뜩 꼈는데 안에 든 것도 못 쓰나요? A. 서리는 문틈으로 들어온 습기가 언 것이라, 안에 든 식재료가 계속 얼어 있었다면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문 개폐가 잦았다는 뜻이니 문 쪽 칸부터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Q. 정전이 났다 왔는데 다시 얼려도 되나요? A. 봉지 가운데가 아직 단단하게 얼어 있으면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물렁해졌다면 다시 얼리지 말고 그날 조리해서 드세요. 판단이 어려우면 제조사 고객센터나 식품안전정보포털에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회원권 값까지 치면 창고형 마트가 이득인가요? A. 연회비를 일 년 동안 산 대용량 개수로 나눠 한 팩당 얼마가 붙는지 계산해 보세요. 그 금액을 100g당 값에 더해서 동네 마트와 비교하면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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