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엔 제습기가 낫다, 에어컨 제습이 냉방보다 전기를 덜 쓴다, 눅눅하면 일단 제습 버튼을 눌러라. 여름마다 어디서든 듣는 말입니다.
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대로 했는데도 방이 그대로 눅눅한 날이 있어요. 저도 비가 종일 내리던 날 에어컨 제습을 켜두고 잤다가, 아침에 이불이 축축해서 제습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두 기계가 습기를 빼는 원리는 똑같습니다. 습한 공기를 차가운 열교환기에 통과시켜 수분을 물방울로 맺히게 하는 방식이라고 LG전자는 설명합니다. 같은 원리인데 결과가 달라지는 자리는 그다음에 있어요.
물을 짜내고 남은 뜨거운 공기를 어디에 버리느냐, 이것이 두 기계의 첫 번째 차이입니다.
제습기는 뜨거운 바람을 방 안에 버리고, 에어컨은 밖에 버린다
에어컨은 실내기와 실외기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차가워진 공기만 실내기로 들여보내고 뜨거워진 공기는 실외기로 내보내는 구조라고 LG전자는 안내합니다. 창밖에서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뿜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제습기에는 그 실외기가 없어요. 압축기와 증발기가 한 몸통 안에 같이 들어 있어서, 물을 짜낸 뒤 남은 따뜻한 공기가 그대로 방으로 나옵니다. 제습기를 몇 시간 돌린 방이 후끈해지는 게 고장이 아니라 이 구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낮 30도 넘는 날 제습기만 켜면 습도는 내려가는데 몸은 더 덥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비가 와서 기온이 뚝 떨어진 날에는 이 따뜻한 바람이 오히려 도움이 돼요. 한기 없이 습기만 빼야 하는 상황이 여름에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에어컨 제습을 켜면 될 것 같지만, 서늘한 날에는 에어컨 쪽이 먼저 손을 놓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리모컨에 찍힌 설정 온도에 답이 있어요.
에어컨 제습은 설정 온도에 닿으면 습기를 그만 뺀다
요즘 나오는 에어컨은 대부분 인버터 방식입니다. LG전자는 인버터 특성상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가 주파수를 낮춰 천천히 돌거나 아예 꺼진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실외기 압축기 회전수가 줄면 실내 열교환기 온도가 올라가고, 응축수가 원활히 생기지 않아 습하고 덜 차가운 공기가 다시 나온다고 같은 안내문이 밝히고 있어요. 제습이 멈추는 시점을 정하는 것은 습도계가 아니라 온도계라는 뜻입니다.
비 오는 날 실내가 이미 25도쯤이면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금방 닿아요. 방은 서늘한데 이불은 축축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방이 충분히 더울 때는 에어컨 제습이 확실히 일합니다. 삼성전자 연구진이 장마철을 모사한 환경에서 같은 온도로 맞춰놓고 비교했더니, 제습 모드의 습도 제거 효율이 냉방 모드보다 약 2.7배 높았습니다. 냉방 모드에서 75%를 유지하던 상대습도가 제습 모드에서는 55%까지 내려갔고, 불쾌감을 느끼는 재실자 비율은 50%에서 10%로 줄었습니다.
에어컨 제습이 자꾸 멈춘다면 방법이 있어요. LG전자는 설정 온도를 더 낮게 잡거나 바람 세기를 ‘강’으로 두라고 안내합니다. 실외기를 계속 돌게 만들어야 물이 계속 맺히기 때문입니다.
제습기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온도와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습도 관리가 필요한 공간에 쓰는 기계라고 LG전자는 설명해요.
그렇다면 계속 돌아가는 쪽이 전기를 더 많이 먹는 걸까요.
제습기와 에어컨 제습 전기요금 계산하는 법
제습기 뒤쪽이나 옆면에 붙은 효율 라벨을 들여다본 적 있으시죠? 거기 적힌 소비전력 숫자 하나면 하루 요금이 바로 나옵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소비전력(W)을 1000으로 나누고, 하루 사용 시간과 kWh당 단가를 차례로 곱하면 끝이에요. 300W짜리를 하루 5시간 돌리면 1.5kWh를 쓰고, 1kWh를 160원으로 잡으면 하루 240원입니다.
실제 제품 숫자는 한국소비자원 시험 결과에 나와 있습니다. 시중 제습기 9개를 시험했더니 소비전력이 262W에서 363W 사이였고, 월 171시간 사용에 1kWh 160원 기준으로 환산한 월 전기요금은 평균 8,000원 수준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제품이 7,000원, 가장 많은 제품이 10,000원이었어요.
같은 시험에서 제습성능은 12.2L에서 21.1L까지 벌어져 제품 간 최대 1.7배 차이가 났습니다. 전기를 비슷하게 쓰면서 물은 덜 빼는 제품이 섞여 있다는 뜻이에요.

이 둘을 한 숫자로 묶은 것이 제습효율입니다. 1kWh로 물을 몇 리터 빼는지를 나타내는 값이고, 한국에너지공단은 이 제습효율로 제습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매깁니다. 효율 라벨에 적혀 있고 에너지공단 홈페이지에서도 조회할 수 있어요.
에어컨은 같은 식에 라벨의 냉방 소비전력을 넣어 비교하면 됩니다. 스탠드형은 벽걸이형보다, 벽걸이형은 제습기보다 대체로 숫자가 큽니다. 다만 주택용 전기요금은 쓰는 양이 늘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 구조라, 실제 청구액은 한국전력 사이버지점 요금계산기에 이번 달 사용량을 넣어봐야 정확합니다.
숫자를 다 뽑았다면 이제 정할 차례입니다. 기준은 두 가지, 습도계 숫자와 지금 방이 더운지 서늘한지입니다.
우리 집 습도계 숫자로 제습기와 에어컨 제습 정하는 법
먼저 안 켜도 되는 경우부터 지웁니다. 환경부는 집 안 곰팡이와 부유세균을 막으려면 습도를 60% 이하로 유지하라고 안내합니다. 습도계가 이미 60% 아래라면 제습기도 에어컨 제습도 필요 없어요. 선풍기로 공기만 돌려도 됩니다.
습도가 60%를 넘었다면 방 온도를 봅니다.
지금 방이 에어컨 설정 온도보다 덥다면 에어컨 제습입니다. 한낮 거실이나 사람이 여럿 모인 방이 여기에 해당해요. 실외기가 계속 돌 조건이라 습기가 실제로 빠지고, 뜨거운 공기는 밖으로 나갑니다. 설정 온도는 평소보다 한두 칸 낮게, 바람은 강으로 두세요.
방이 이미 서늘한데 눅눅하기만 하면 제습기입니다. 비 오는 날 낮, 해 지고 난 저녁, 장마철 흐린 아침이 그렇습니다. 에어컨을 켜면 습기가 빠지기 전에 한기부터 들어와요.

문을 닫아 두는 좁은 공간도 제습기입니다. 옷방, 붙박이장을 열어 둔 작은 방, 빨래를 널어 둔 방은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습니다. 빨래 건조를 노린다면 제습기를 빨래 바로 앞에 두고 문을 닫는 편이 훨씬 빨라요.
원룸은 조금 다릅니다. 방 하나에 에어컨과 주방과 빨래가 다 들어 있어서, 여름 한 철 에어컨을 계속 켜는 집이라면 제습기를 따로 사지 않아도 습도가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에어컨을 켜도 눅눅함이 남는지 며칠 습도계로 확인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둘 다 있는 집이라면 같이 켜는 조합이 잘 맞습니다. 에어컨이 설정 온도에 닿아 실외기를 멈춰도 제습기는 설정한 습도까지 계속 물을 빼기 때문이에요.
습도계는 만 원 안쪽이면 삽니다. 두 기계 중 어느 쪽을 켤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숫자 하나 보고 손이 먼저 가는 쪽이 여름 내내 편해요.
눅눅해지는 자리가 집집마다 다르더라고요. 제습기와 에어컨 제습 중에 어느 쪽으로 효과 보셨는지, 어떤 방에서 그랬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제습기 물통을 비우기 귀찮은데 호스로 계속 뺄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제습기는 연속 배수용 호스 연결구를 갖추고 있어서 배수구나 세면대 쪽으로 물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호스가 제습기보다 높으면 물이 역류하므로 아래로 기울여 놓아야 하고, 지원 여부는 제품 설명서에서 확인하세요.
Q. 제습기를 켤 때 창문은 열어야 하나요, 닫아야 하나요? A. 닫아야 합니다. 창문을 열어 두면 바깥의 습한 공기가 계속 들어와 제습기가 실내가 아니라 바깥 공기를 말리는 셈이 됩니다. 문까지 닫아 공간을 좁힐수록 습도가 빨리 내려갑니다.
Q. 에어컨 제습 모드에서 온도 조절이 안 되는데 고장인가요? A. 고장이 아닙니다. LG전자는 일부 모델의 경우 제습 운전 중에는 주변 환경에 따라 온도가 자동으로 설정되어 사용자가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바람 세기도 조절되지 않는 모델이 있어 리모컨 설명서를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Q. 습도계는 집 안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 A. 사람이 오래 머무는 자리, 바닥에서 1미터 안팎 높이가 기준이 됩니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곳이나 창가, 욕실 문 앞에 두면 그 자리 숫자만 튀어서 집 전체 상태를 알기 어렵습니다.
Q. 제습기의 빨래 건조 모드는 일반 제습과 뭐가 다른가요? A.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송풍을 더 세게 하고 바람 방향을 위쪽으로 보내 빨래에 직접 닿게 만드는 설정입니다. 습도 목표에 도달해도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도는 경우가 많아 일반 제습보다 전기를 더 씁니다.
Q. 제습기는 여름에만 쓰는 건가요? A. LG전자는 제습기를 온도와 관계없이 사계절 습도 관리가 필요한 공간에 쓰는 기기로 안내합니다. 겨울철 결로가 생기는 창가 방이나 환기가 어려운 드레스룸에서도 쓰이며, 다만 압축기식은 기온이 많이 낮은 공간에서 물이 덜 맺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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