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타이로 묶어라, 벨크로로 감아라, 선정리 몰딩을 붙여라. 책상 케이블 정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말은 대체로 이 셋입니다. 저도 케이블 타이 한 봉지부터 사서 눈에 보이는 선을 전부 묶었어요.
문제는 두 달쯤 지나서 생겼습니다. 외장 하드를 한 번 뽑겠다고 타이를 자르니 묶어둔 다발이 통째로 풀리더라고요.
묶는 일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에요. 다만 묶기는 순서가 뒤쪽입니다. 케이블이 남아도는 이유는 기기에서 멀티탭까지 가는 거리가 길기 때문이고, 그 거리를 정하는 건 멀티탭이 놓인 자리예요.
그래서 맨 처음 정할 것은 도구가 아니라 멀티탭 자리입니다. 지금 책상 밑을 보면 멀티탭이 바닥에 놓여 있지 않나요?
멀티탭이 바닥에 있으면 묶어도 케이블이 남는다
바닥에 놓인 멀티탭에 꽂으려면 케이블이 상판 위에서 책상 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모니터, 노트북 어댑터, 스탠드, 스피커까지 네 개만 되어도 같은 길을 네 번 내려갑니다. 이 왕복 구간이 남는 길이의 정체예요.
멀티탭을 상판 밑면으로 올리면 내려갔다 오는 구간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케이블을 자르거나 짧은 것으로 바꿀 필요도 없어요. 같은 케이블인데 남는 길이만 줄어듭니다.
바닥에 두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극 사이에 먼지가 쌓인 상태에서 습기가 들어가면 미세한 방전이 반복되고, 그 자리에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생겨 불이 붙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현상을 트래킹이라고 부릅니다.
바닥은 먼지가 가장 많이 가라앉는 자리예요. 청소할 때 물걸레가 지나가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상판 밑으로 올리면 먼지와 물기 두 가지에서 함께 멀어집니다.

올리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멀티탭 뒷면 나사 구멍에 피스를 박거나, 양면테이프가 달린 멀티탭 홀더를 쓰거나, 상판 밑에 트레이를 달고 그 안에 눕히면 됩니다. 전세나 기숙사라 상판에 구멍을 못 내면 뒤의 둘 중에서 고릅니다.
자리를 정했으면 그다음은 묶는 방법인데, 케이블을 전부 같은 도구로 묶으면 앞에서 이야기한 그 실수가 반복돼요.
케이블 묶는 도구는 뽑는 횟수가 정한다
책상 위 케이블을 마지막으로 뽑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세요? 이 질문에 답해 보면 케이블이 세 무리로 갈라지고, 무리마다 쓸 도구가 정해집니다.
매일 뽑는 케이블은 아예 묶지 않습니다. 휴대폰 케이블, 이어폰 충전기처럼 손이 자주 가는 것들이에요. 이런 건 다발에 넣지 말고 끝단만 클립으로 잡아 상판 모서리에 올려 둡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뽑는 케이블은 벨크로 타이로 묶습니다. 외장 SSD, 카메라, 태블릿 케이블이 여기 들어가요. 벨크로는 손으로 뜯어 풀고 그대로 다시 감을 수 있어서 가위를 찾을 일이 없습니다.
1년에 한 번도 안 뽑는 케이블만 케이블 타이나 스파이럴 튜브로 묶습니다. 모니터 전원선, 데스크톱 본체 전원선, 책상 스탠드처럼 자리가 고정된 것들이에요. 한 번 묶으면 다시 손댈 일이 없으니 가장 단단한 도구를 써도 됩니다.

케이블 타이를 조일 때 힘을 다 쓰지 않아도 됩니다. 타이 밑으로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만 조여도 다발은 흐트러지지 않아요. 나중에 풀었을 때 피복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으면 그건 너무 조인 겁니다.
여기까지 하면 책상 위는 정리가 되는데, 책상 밑에는 아직 무거운 것이 매달려 있습니다.
어댑터를 케이블에 매달면 접착식 클립이 떨어진다
노트북 어댑터와 모니터 어댑터는 벽돌만 한 덩어리입니다. 케이블만 클립으로 고정하면 그 무게가 전부 클립 하나에 걸려요. 며칠은 버티다가 어느 날 상판 밑에서 툭 떨어집니다.
접착식 제품은 붙이는 절차를 지키면 버티는 힘이 달라집니다. 3M은 코맨드 제품을 붙일 표면을 이소프로필 알코올로 닦아 말린 다음, 테이프 면 전체를 30초간 누르라고 안내합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야 접착력이 최대에 이르니 그때부터 물건을 걸라고 안내해요. 벽지 위에는 붙이지 말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절차를 지켜도 어댑터는 매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매다는 대신 받치세요. 상판 밑 트레이나 작은 바구니에 어댑터를 눕혀 두면 무게가 바닥 면 전체로 퍼집니다.
어댑터를 눕힐 때는 열이 빠져나갈 자리를 남깁니다. 바구니에 케이블 다발까지 같이 눌러 담으면 어댑터가 자기 열에 갇혀요.

트레이를 사려고 검색하면 상판에 붙이는 것과 상판을 무는 것, 두 가지가 나옵니다.
접착식 클립과 집게식 트레이는 뭐가 다를까?
접착식은 상판에 구멍을 내지 않지만 아무 표면에나 붙지는 않습니다. 유리, 아크릴, 인테리어 필름을 씌운 상판에서는 접착이 약하거나, 떼어낼 때 필름이 함께 벗겨져요. 원목이나 무광 라미네이트 상판이면 대체로 잘 붙습니다.
집게식은 상판 끝을 물어서 고정하니 표면 재질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신 제품마다 물 수 있는 상판 두께가 정해져 있어요.
집게식을 사기 전에 잴 곳은 두 군데입니다. 자를 상판 옆면에 대고 두께를 재고, 상판 뒤쪽 끝에서 벽까지 남은 틈을 잽니다. 두께가 맞아야 집게가 물리고, 뒤쪽 틈이 좁으면 트레이가 벽에 닿아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나사식이 있습니다. 상판 밑에 피스를 직접 박는 방식이라 가장 튼튼하지만 구멍이 남아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나가야 하는 책상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셋 중 어느 쪽으로 갈지는 책상 크기와 상판 재질이 정해 줍니다.
원룸 책상과 넓은 책상은 손대는 순서가 다르다
벽에 붙인 좁은 책상이라면 멀티탭을 상판 밑으로 올리는 것 하나만 해도 됩니다. 꽂을 기기가 적어서 남는 길이만 사라지면 눈에 걸리는 다발이 거의 없어져요. 트레이까지 달면 무릎 공간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모니터를 두 대 이상 올린 넓은 책상은 트레이부터 답니다. 어댑터와 USB 허브까지 올라오면 받쳐 둘 자리가 먼저 필요하고, 멀티탭도 그 안에 같이 들어가요.
유리나 아크릴 상판이면 접착식을 건너뜁니다. 집게식 트레이를 달거나, 그것도 안 되면 바닥에 뚜껑 있는 케이블 박스를 놓고 그 안에 멀티탭을 넣습니다.
구멍도 못 내고 집게도 안 물리는 책상이라면 상판 대신 책상 다리를 씁니다. 다리에 벨크로 밴드를 감고 거기로 케이블 다발을 통과시키면 상판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선이 바닥에서 뜹니다.

선정리 몰딩은 책상에서 대개 필요 없습니다. 몰딩은 벽이나 걸레받이를 타고 길게 가는 케이블을 덮는 자재예요. 책상 밑에서는 트레이 하나가 같은 일을 하고, 떼어낼 때 자국도 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상 멀티탭에 꽂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LG전자는 16A 250V로 표기된 멀티탭의 최대 용량을 4,000W로 보고, 꽂은 기기의 합은 그 80%인 3,300W 이하로 두라고 안내합니다. 모니터와 노트북, 스탠드를 다 합쳐도 이 숫자에는 한참 못 미쳐요.
문제는 전기포트나 전기히터처럼 혼자 1,000W를 넘기는 기기입니다. 이런 것은 책상 멀티탭이 아니라 벽면 콘센트에 따로 꽂습니다. 멀티탭 표기가 10A라면 최대 용량이 2,500W로 내려가니,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옆면 표기를 한 번 확인하세요.
책상 케이블 정리는 책상 모양이랑 쓰는 기기에 따라 답이 제각각이더라고요. 직접 해보고 효과 봤던 방법이나, 사놓고 결국 안 쓰게 된 물건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케이블이 짧아서 상판 밑 멀티탭까지 안 닿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짧은 케이블 쪽에 맞춰 멀티탭 위치를 옮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도 안 닿으면 연장선을 하나만 쓰고, 연장선에 또 멀티탭을 물리는 연결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상판 밑에 붙인 멀티탭은 열이 안 빠지나요? A. 책상 위 기기는 소비 전력이 작아서 멀티탭 자체가 뜨거워지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트레이 안에 어댑터와 멀티탭을 겹쳐 쌓으면 열이 모이니 한 층으로 눕혀 두세요.
Q. 책상 밑 멀티탭 먼지는 어떻게 닦나요? A. LG전자는 먼지 청소 전에 반드시 전원을 분리하라고 안내합니다. 젖은 천 대신 마른 솔이나 마른 천으로 닦고, 구멍 안쪽은 물기가 남지 않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USB 허브를 쓰면 케이블 수가 줄어드나요? A. 책상 위로 올라오는 데이터 케이블은 줄지만 전원 케이블은 그대로입니다. 허브 자체도 전원을 따로 먹는 제품이 있어서 사기 전에 자체 전원이 필요한 모델인지 확인하세요.
Q. 케이블에 라벨을 꼭 붙여야 하나요? A. 다발로 묶은 케이블이 다섯 개를 넘으면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라벨이 없으면 하나 뽑으려고 다발을 통째로 풀게 되고, 그게 정리를 되돌리는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Q. 케이블을 동그랗게 말아서 묶어두면 안 좋은가요? A. 같은 방향으로 억지로 감으면 피복 안쪽 도선이 한쪽으로만 접힙니다. 감을 때 케이블이 꼬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8자를 그리듯 접었다 펴는 쪽이 자국이 덜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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