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된다, 봉지째 넣어도 괜찮다, 어차피 다 쓴 건 버리고 새로 사라. 여름 끝물마다 도는 말입니다.
앞의 둘을 그대로 따라 하면 봉지가 부풀어 터지거나 타고, 비닐 재질은 녹아 붙어요. 마지막 하나는 아직 몇 번 더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게 만듭니다.
옷장 구석에서 꺼낸 봉지가 처음보다 묵직하고 흐물흐물한 적 있으시죠? 실리카겔이 제 일을 다 했다는 뜻이지 망가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안에 붙잡아 둔 수분만 빼내면 다시 습기를 먹습니다.
문제는 빼내는 방법입니다. 알갱이 안쪽 구조가 버티는 온도가 정해져 있어서, 그 위로 올리면 다시는 수분을 먹지 못해요.
기상청은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5~85%로 내다봤습니다. 옷장 습기 관리가 9월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라, 지금 살려 두면 한 철을 더 씁니다.
다만 말리기 전에 꺼낸 봉지를 두 종류로 나눠야 해요. 안에 물이 고여 있는 제습제는 말려도 처음 상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물이 고인 제습제는 말려도 다시 쓸 수 없다
집에서 쓰는 제습제는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투명하거나 흰 알갱이가 부직포 봉지에 든 실리카겔이고, 다른 하나는 통 아래 칸에 물이 고이는 염화칼슘 제품이에요.
염화칼슘은 습기를 빨아들이면서 자기가 녹아 물이 됩니다. 고인 물을 버리고 남은 것을 말려도 처음의 하얀 알갱이로 돌아오지 않아요. 이쪽은 물이 표시선까지 찼을 때 통째로 버리는 제품입니다.
실리카겔은 구조가 다릅니다. 알갱이 표면과 안쪽에 난 무수한 구멍이 수분을 붙잡아 두는 방식이라, 그 수분만 날리면 구멍이 다시 비어요. 말려서 다시 쓰는 쪽은 이 실리카겔입니다.
어느 쪽인지 헷갈리면 봉지 겉면부터 보세요. 습기제거제는 환경부가 정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라, 겉면에 신고번호와 성분, 주의사항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실리카겔이라고 적혀 있으면 말릴 수 있는 제품이에요.
가려낸 실리카겔 봉지가 아직 여유가 있는지, 이미 다 찼는지는 손으로 만져 보면 압니다. 확인할 신호는 네 가지예요.
여름을 난 제습제가 다 찼는지 알려주는 신호 4가지
알갱이가 흐물흐물해지고 서로 뭉쳤다 새것은 봉지를 눌렀을 때 자잘한 알갱이가 따로따로 굴러다닙니다. 다 찬 실리카겔은 눌러도 흩어지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잡혀요.
지시제 색이 바뀌었다 색으로 포화를 알려 주는 알갱이가 섞인 제품이 있습니다. 파랑에서 분홍으로 가는 것도 있고 주황에서 초록으로 가는 것도 있어서, 어느 색이 교체 신호인지는 겉면 안내를 봐야 합니다.
봉지 겉이 눅눅하다 부직포가 축축하면 안쪽이 이미 포화 상태예요. 이 상태로 두면 옷에 닿는 면이 오히려 옷을 눅눅하게 만듭니다.
흔들 때 소리가 둔탁하다 여유가 남은 봉지는 흔들면 알갱이가 서로 부딪히며 사각거립니다. 다 차면 그 소리가 둔해지고,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나면 실리카겔이 아니라 염화칼슘 제품이에요.
네 가지 중 하나라도 걸렸다면 말릴 차례입니다. 불도 전기도 쓰지 않는 방법부터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해요.
햇볕에 1~2일 펴 말리는 법
한 겹으로 펴는 것부터 합니다 부직포 봉지째 내놓아도 마르기는 하지만, 겹쳐 놓으면 안쪽 알갱이가 그대로 남습니다. 쟁반이나 넓은 접시에 내용물을 쏟아 한 겹으로 펴면 훨씬 빨라요.
직사광선이 드는 곳에 1~2일 둡니다 해가 직접 닿는 창가나 베란다 바깥쪽이 좋습니다. 이 방법은 알갱이 온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아서, 구멍 구조가 상할 걱정이 없어요.

하루에 한 번 뒤섞습니다 아래에 깔린 알갱이는 위쪽보다 늦게 마릅니다. 숟가락으로 한 번 뒤집어 주면 마르는 속도가 고르게 맞습니다.
다 마르면 바로 밀폐 용기에 담습니다 말린 알갱이를 그대로 두면 공기 중 수분을 다시 먹기 시작해요. 당장 넣지 않을 분량은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옮겨 두었다가 꺼내 씁니다.
비가 오거나 바깥 습도가 높은 날은 밖에 내놓아도 잘 마르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창을 닫은 실내 창가가 낫습니다.
이틀을 기다릴 수 없을 때 쓰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온도를 봐야 합니다.
급할 때 프라이팬과 전자레인지로 말리는 법
실리카겔 제조사가 안내하는 재생 온도는 100~120℃입니다. 이 범위에서 붙잡힌 수분이 빠져나가는 동안 알갱이 안의 미세한 구멍 구조는 그대로 남아요. 이 온도를 넘기면 구멍이 무너지고, 그 뒤로는 아무리 말려도 수분을 먹지 못합니다.
프라이팬은 기름기 없는 마른 팬에 약불로 씁니다 알갱이를 한 겹으로 깔고 계속 저어 주세요. 한곳에 오래 닿아 있으면 그 부분만 온도가 치솟기 때문입니다.
알갱이가 다시 자잘하게 굴러다니고 지시제가 원래 색으로 돌아오면 불을 끕니다. 가열 정도를 눈으로 보면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방법의 장점이에요.
전자레인지는 봉지에서 내용물만 꺼내 씁니다 전자레인지용 접시에 한 겹으로 담고, 30초 단위로 나눠 돌립니다. 사이사이 꺼내 저어 주면 한쪽만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봉지째 2~3분 돌리는 방법이 인터넷에 돌지만, 과열로 봉지가 타거나 터질 수 있고 비닐 재질은 녹아 접시에 눌어붙습니다.
오븐과 다리미는 제품 안내에서 금지합니다 두 기구 모두 온도가 상한을 훌쩍 넘깁니다.
다 말린 알갱이는 완전히 식힌 뒤에 봉지나 밀폐 용기에 담으세요. 뜨거울 때 담으면 남은 열기가 안에서 습기로 맺힙니다.
여기서 색이 든 알갱이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파란 알갱이가 섞여 있다면 프라이팬도 전자레인지도 올리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청색 알갱이가 든 제습제를 조리기구에 올리지 않는 이유
파란 알갱이는 포화되면 색이 바뀌도록 넣은 지시제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용도로 쓰인 성분이 염화코발트예요.
유럽 화학물질청은 염화코발트를 1B급 발암성 물질이자 고위험 우려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소비재에 직접 닿는 용도가 제한되었고, 제조사들은 색이 다른 대체 지시제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파란 알갱이가 보이면 음식을 담는 프라이팬과 전자레인지용 접시에는 올리지 마세요. 이런 제품은 햇볕에 1~2일 펴 말리는 쪽을 택합니다. 색 지시제가 없는 투명한 알갱이만 든 제품이라면 프라이팬과 전자레인지를 써도 됩니다.
말리려고 접시에 펴 둔 알갱이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세요. 봉지 안에 있을 때와 달리 알갱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크기와 색이 사탕과 비슷합니다. 반려동물이 올라가는 식탁이나 낮은 선반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살려 낸 봉지는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을까요?
몇 번까지 다시 쓸 수 있을까?
한 봉지를 사두면 말려 가며 평생 쓴다는 말이 돌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정해진 횟수 상한이 없는 것은 맞아요. 다만 말릴 때마다 알갱이가 열을 받고, 그때마다 습기를 붙잡는 용량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제조사도 몇 차례 재생한 뒤에는 새것으로 바꾸라고 안내합니다. 무한 재사용이 아니라, 몇 번 더 쓰고 교체하는 물건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수명이 끝났는지는 다시 넣어 보면 압니다. 말려서 옷장에 넣었는데 예전보다 훨씬 빨리 흐물해지거나 지시제 색이 금방 바뀌면 그 봉지는 교체할 때가 된 거예요.
같은 봉지를 오래 쓰고 싶다면 건조 방법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햇볕 건조는 알갱이에 가는 열이 가장 적어서,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를 반복해 쓸 때보다 용량이 천천히 줄어듭니다.
아직 쓸 만하다고 판정이 났으면 다시 넣을 차례인데, 넣는 위치에 따라 걷어내는 양이 달라집니다.
말린 제습제를 다시 넣는 자리
옷장은 아래 칸 바닥에 둡니다 찬 공기와 습기는 아래로 깔리기 때문에 옷장은 위 칸보다 아래 칸이 눅눅합니다. 봉지를 옷걸이 사이에 끼우지 말고 바닥에 놓으세요.

신발장은 문을 여는 일과 함께 갑니다 닫아 둔 신발장은 신발이 머금은 습기가 그대로 갇힙니다. 제습제는 칸마다 바닥에 하나씩 두고, 그것과 별개로 며칠에 한 번은 문을 열어 두는 편이 좋아요.
서랍은 옷 아래에 깔아 둡니다 옷 사이에 끼우면 봉지가 눌려 한쪽만 닿습니다. 서랍 바닥에 먼저 깔고 그 위에 옷을 얹으세요.
카메라와 전자기기는 밀폐 용기 안에서만 효과가 납니다 뚜껑이 닫히는 통에 기기와 함께 넣어야 안쪽 습도가 내려갑니다. 알갱이가 기기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반드시 봉지째 넣으세요.
약통과 식품은 원래 들어 있던 것을 그대로 둡니다 약병 안의 제습제를 빼고 재생한 것으로 바꿔 넣지 마세요. 김이나 건어물처럼 입에 들어가는 것에는 식품용으로 나온 제품만 쓰고, 프라이팬에 올렸던 알갱이나 파란 알갱이가 섞인 제품은 넣지 않습니다.
그럼 봉지 하나가 여름 한 철에 실제로 걷어내는 물은 얼마나 될까요?
제습제 한 봉지가 여름 내내 먹은 물은 얼마일까?
주방 저울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말리기 전에 봉지 무게를 한 번 재고, 다 말린 뒤에 같은 봉지를 다시 재세요. 두 값의 차이가 그 봉지가 여름 내내 붙잡아 둔 물의 무게입니다.
물은 1g이 1mL이니 무게가 곧 부피예요. 50g이던 봉지가 65g이 되어 있었다면 15g, 큰술로 한 술쯤 되는 물을 걷어낸 겁니다.
이 값이 두 가지를 알려 줍니다. 차이가 1~2g밖에 안 나면 애초에 습기가 별로 없었거나 그 봉지의 용량이 이미 바닥난 것이고, 다음 철에는 새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큰술 몇 술이라는 크기 자체가 답이 되기도 합니다. 방 안 공기에 떠 있는 수분은 그보다 훨씬 많아서, 제습제를 몇 개 늘려 놓아도 방 습도계 숫자는 잘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제습제에 맡길 일은 옷장과 신발장, 서랍처럼 문이 닫힌 좁은 공간으로 좁히는 것이 맞습니다. 방 전체 습도는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거나 제습기를 돌려서 낮추는 쪽이고요. 오늘 할 일은 꺼낸 봉지를 실리카겔과 염화칼슘으로 나누고, 실리카겔 쪽만 접시에 펴서 해가 드는 곳에 내놓는 것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명이 끝난 실리카겔 제습제는 어떻게 버리나요? A. 재활용품이 아니라 종량제 봉투에 넣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다만 배출 방법은 지자체마다 다르게 정해 두는 경우가 있어서, 거주하는 시군구 생활폐기물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Q. 봉지가 찢어져 알갱이가 옷 위로 쏟아졌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알갱이는 물에 녹지 않아 옷에 얼룩을 남기지는 않으니 털어 내거나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됩니다. 다만 세탁기에 그대로 넣으면 배수구로 흘러 들어갈 수 있어서, 옷을 한 번 털어 낸 뒤에 세탁하세요.
Q. 겉면에 신고번호가 안 보이는 제품은 어떻게 하나요? A. 습기제거제는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라 신고번호와 표시사항이 겉면에 있어야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입니다. 표시가 없으면 성분과 주의사항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재생해서 쓰기보다 표시가 갖춰진 제품으로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Q. 차 안이나 여행 가방에 넣어 둬도 되나요? A. 둘 다 문이 닫히는 좁은 공간이라 실리카겔이 맞는 자리입니다. 다만 여름철 차 안은 온도가 많이 올라가므로 대시보드 위처럼 햇볕이 직접 닿는 곳은 피하고, 시트 아래나 트렁크 바닥에 두세요.
Q. 제습제와 방충제를 같은 칸에 함께 넣어도 되나요? A. 서로 반응하는 관계는 아니라 같은 칸에 두어도 됩니다. 다만 방충제 성분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방식이라, 두 봉지를 붙여 놓기보다 칸의 반대쪽 끝에 하나씩 나눠 두는 편이 낫습니다.
Q. 사두고 안 뜯은 새 제습제는 언제까지 쓸 수 있나요? A. 포장이 뜯기지 않았다면 안의 실리카겔은 수분을 먹지 않은 상태라 오래 두어도 성능이 유지됩니다. 포장이 찢어졌거나 밀봉이 풀린 것은 이미 공기 중 습기를 먹기 시작했으니, 넣기 전에 한 번 말리고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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