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습제를 넣어라, 맑은 날엔 문을 열어 환기해라, 방향제를 하나 걸어 둬라. 여름이 끝날 때마다 듣는 옷장 관리법입니다.
다 맞는 말인데, 이 말들은 습기가 몇 주에 걸쳐 천천히 차오르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올여름 실내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어요.
비는 오히려 적게 왔습니다. 7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72.3%에 그쳤고, 장마도 지역에 따라 20일에서 26일로 평년보다 짧게 끝났습니다.
대신 더위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7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23.4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6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열대야 일수는 14.7일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밤에도 안 식으니 에어컨을 계속 돌린 집이 많았고, 그동안 실내 습기는 에어컨이 대신 빼내 주고 있었어요.
폭염특보는 지난주 대부분 풀렸습니다. 에어컨을 끄는 집이 늘어난 그 시점부터 옷장 안에 습기가 차오릅니다.
휴가에서 돌아와 옷장을 열었는데 쿰쿰한 냄새가 먼저 올라온 적 있으시죠? 방향제로 덮을 냄새인지 아닌지는 옷장 안에 습기가 언제 차오르는지부터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에어컨을 끄면 그날 밤부터 옷장에 습기가 차는 이유
곰팡이가 언제 가장 잘 자라는지부터 봅니다. 기온 20~30도에 상대습도 70% 이상일 때 가장 활발하게 증식합니다.
8월 중순 실내 기온은 이 구간 안에 그대로 들어 있어요. 기온만 놓고 보면 여름 내내 곰팡이에 좋은 조건이었고,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바뀌는 쪽은 습기입니다. 에어컨은 방을 식히면서 공기 중 수분을 응축시켜 밖으로 빼냅니다. 냉방을 멈추면 그 배출도 같이 멈춰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실내 습도를 30~50% 수준으로, 어려우면 적어도 60% 아래로 유지하라고 안내합니다. 에어컨을 켜 둔 방은 이 범위 가까이에 있다가, 끄고 나면 바깥 습도를 따라 올라갑니다.
옷장은 여기서 한 박자 더 늦습니다. 문이 닫혀 있어 방보다 늦게 마르고, 한 번 찬 습기가 더 오래 남아요.
그래서 8월 중순에 옷장을 열면 자국이 이미 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자국은 어떤 것일까요?

옷에 핀 흰 가루와 검은 점은 무엇이 다를까?
옷장 문을 열자마자 옷 어깨를 손으로 쓸어 본 적 있으시죠? 그 손이 닿는 순간부터 판정이 어려워집니다.
꺼낸 옷은 실내에서 털지 않습니다. 베란다나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마른 상태 그대로 부드러운 솔로 한 방향으로 털어냅니다.
물수건으로 먼저 문지르면 안 됩니다. 표면에 얹혀 있던 것이 물을 타고 섬유 사이로 밀려 들어갑니다.
털었을 때 흰 가루나 보풀 같은 것이 떨어지고 그 자리가 원래 색으로 돌아오면, 아직 섬유 표면에 얹혀 있는 단계입니다.
검은 점은 대체로 다르게 반응해요. 털어도 떨어지지 않고, 밝은 곳에서 보면 점 둘레가 흐릿하게 번져 있습니다. 섬유 안까지 색소가 들어간 상태입니다.

한 벌에 두 가지가 같이 있으면 물든 쪽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여기까지가 자국이 얹혀 있는지 물들었는지를 나눠 놓은 것입니다. 다음은 이 옷을 집에서 빨지 세탁소로 보낼지 정할 차례입니다.
집에서 되돌릴 옷과 세탁소로 넘길 옷을 나누는 기준
먼저 볼 것은 옷 안쪽 취급표시입니다. 물세탁 금지 표시가 있는 옷은 집에서 물에 담그지 않습니다.
물세탁이 되고 자국이 얹혀 있는 옷 — 면 티셔츠, 리넨 셔츠, 폴리 혼방 바지처럼 물세탁 표시가 있고 털었을 때 자국이 떨어진 옷은 집에서 처리합니다.
물세탁이 되지만 자국이 물든 옷 — 흰색이나 연한 색이면 집에서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진한 색으로 염색된 옷은 표백 과정에서 색이 같이 빠질 수 있어 세탁소가 낫습니다.
드라이클리닝만 되는 옷 — 울 코트, 실크 블라우스, 정장, 가죽 제품은 집에서 손대지 않습니다. 안감과 겉감 사이에 물이 남으면 마르는 데 며칠이 걸리고, 그동안 곰팡이가 다시 자랍니다.
옷장을 통째로 꺼내 빨 필요는 없어요. 자국도 냄새도 없는 옷은 그대로 두고, 옷장 습기만 잡으면 됩니다.
집에서 처리하기로 정한 옷은 네 단계를 거칩니다.
곰팡이 옷을 집에서 세탁하는 4단계
1단계, 다른 빨래와 섞지 않습니다. 세탁 바구니에 같이 넣지 말고, 바로 세탁기에 들어갈 것만 따로 모읍니다.
2단계, 바깥에서 마른 상태로 털어냅니다. 앞에서 확인하며 이미 털었다면 이 단계는 지나갑니다.
3단계, 물 온도를 정합니다. 여기가 옷을 가장 많이 상하게 하는 자리예요.
산소계 표백제 포장에는 권장 물 온도가 적혀 있고, 옷 안쪽 취급표시에는 그 옷이 견디는 최고 세탁 온도가 적혀 있습니다. 두 숫자가 다르면 낮은 쪽에 맞춥니다. 표백제 쪽 온도를 그대로 따라가면 옷이 줄거나 모양이 틀어집니다.

담그는 시간도 표백제 포장에 적힌 시간을 넘기지 않습니다.
4단계, 헹군 뒤 완전히 마를 때까지 말립니다. 겨드랑이 안쪽과 솔기를 손끝으로 눌러 보고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으면 아직 덜 마른 겁니다. 반쯤 마른 옷을 옷장에 넣으면 처음 상태로 돌아갑니다.
다만 이 네 단계를 다 거쳐도 자국과 냄새가 남는 옷이 있어요.
곰팡이 옷 한 벌을 그대로 걸어 두면 옆 옷까지 잃는다
세탁을 한 번 거쳤는데도 자국이 그대로고 냄새가 남으면, 그 옷은 옷장으로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옷걸이에 걸린 옷끼리는 서로 닿아 있고, 옷장 안에는 습기가 아직 남아 있어요.
버리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옷을 펼쳐서 자국이 있는 부분과 취급표시를 한 장에 같이 찍어 둡니다.
세탁소로 넘기는 옷은 맡기는 순간에 정리해 둘 것이 있어요.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심의위원회는 세탁 사고의 원인을 제조·판매업체, 세탁업체, 소비자, 자연현상으로 나눠 심의합니다. 취급표시를 지키지 않았거나 보관 중에 생긴 문제는 소비자 쪽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어떤 상태였는지를 맡길 때 말하고, 인수증에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기한도 정해져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완성된 세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하자 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세탁업자의 책임이 면제됩니다.
여기까지가 이미 곰팡이가 핀 옷을 어떻게 할지입니다. 남은 옷을 지키는 일은 오늘 저녁 옷장 안에서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옷장에서 먼저 손댈 3곳
바닥 — 습한 공기는 아래쪽에 머뭅니다. 제습제는 선반 위가 아니라 옷장 바닥 근처에 놓으세요. 용기에 물이 가득 차면 그때부터는 습기를 더 먹지 못하니 바로 바꿔 줍니다.
옷 사이 간격 — 옷장은 전체 공간의 70~80%까지만 채웁니다. 옷이 빽빽하면 공기가 지나가지 못하고, 그 안쪽부터 습기가 남아요. 넘치는 옷은 다른 수납장으로 옮기거나 이번 계절에 안 입을 것부터 뺍니다.

문 — 맑고 건조한 날에 옷장 문을 열어 둡니다. 비 오는 날이나 습한 날 아침에 열면 바깥 습기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방향제를 하나 걸어 두는 것으로 끝내면 냄새만 잠깐 덮입니다. 옷 곰팡이 제거는 자국을 지우는 일과 옷장 습기를 빼는 일이 같이 가야 끝나요.
같은 자국이어도 옷감과 염색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값이 나가는 옷이나 판단이 서지 않는 옷은 집에서 시도하기 전에 세탁 전문점에 먼저 보여 주세요. 세탁 후에 문제가 생겼다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고, 원인을 확인해야 하면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옷장에서 냄새만 나고 눈에 보이는 자국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옷을 다 꺼낸 뒤 옷장 안쪽 벽과 선반 뒷면, 서랍 바닥을 밝은 조명으로 비춰 보세요. 냄새가 옷이 아니라 옷장 목재에서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옷을 빨아 넣어도 며칠 뒤 냄새가 돌아오면 옷장 쪽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Q. 압축팩에 넣어 둔 이불에서 냄새가 나면 그대로 빨면 되나요? A. 압축팩은 안에 습기가 남은 채로 밀봉되면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불은 부피가 커서 가정용 세탁기에서 헹굼과 건조가 덜 되는 경우가 많으니, 대형 세탁기가 있는 빨래방이나 세탁 전문점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Q. 가죽 가방이나 구두에 핀 곰팡이도 같은 방법으로 하나요? A. 가죽은 물에 담그면 모양이 틀어지고 표면이 갈라집니다. 마른 천으로 표면을 닦아 낸 뒤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고, 자국이 남으면 가죽 전문 관리점에 맡기세요.
Q. 붙박이장 벽면에 곰팡이가 보이면 옷만 처리해도 되나요? A. 벽면에 자국이 있으면 옷을 아무리 빨아도 다시 옮습니다. 벽 쪽에 물방울이 맺히는지부터 확인하고, 수납장을 벽에서 조금 띄워 공기가 지나갈 틈을 만든 뒤에 옷을 넣으세요.
Q. 제습기를 방에 돌리면 옷장 안까지 효과가 있나요? A. 옷장 문을 닫아 두면 방 습도가 내려가도 옷장 안은 뒤늦게 따라옵니다. 제습기를 돌리는 동안에는 옷장 문도 함께 열어 두는 편이 낫고, 제습제는 그와 별개로 옷장 바닥에 두세요.
Q. 세탁기에서 나는 냄새가 옷에 옮기도 하나요? A. 세탁조 안쪽과 문 고무 패킹 사이에 물이 남아 있으면 다 빤 옷에 냄새가 옮을 수 있습니다. 세탁이 끝나면 문을 열어 두고, 세제 투입구와 고무 패킹 안쪽을 마른 천으로 닦아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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