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실 줄눈에 낀 검은 자국, 곰팡이제거제를 뿌려 지웠는데 몇 주 뒤 같은 자리에 또 올라온 적 있으시죠?
쓰던 한 통을 다 비우고 새로 사러 가면, 매대 앞에서 집었던 통을 도로 내려놓게 될지도 모릅니다. 성분표를 비교해서 고를 생각이었는데 뒷면에서 먼저 걸리는 것이 따로 있거든요.
두 달 전에 파는 규칙이 바뀌었거든요. 2026년 7월 1일부터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살균제와 살충제는 시장에 내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성분을 아무리 잘 갈라 봐도, 승인을 못 받은 제품이라면 그 비교 자체가 소용없어집니다.
그래서 다시 사기 전에 확인한 것은 세 가지였어요. 라벨의 승인번호, 성분이 맡는 자리, 그리고 같이 쓰면 안 되는 조합입니다. 가장 먼저 본 건 통 뒷면에 인쇄된 승인번호였습니다.
승인번호 없는 곰팡이제거제는 7월 1일부터 못 판다
곰팡이제거제는 마트에서 주방세제 옆 칸에 놓여 있어서 그냥 세정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법이 놓는 자리는 다릅니다. 화학제품안전법은 유해생물을 없애는 것이 주된 목적인 제품을 살생물제품으로 묶는데, 곰팡이제거제는 그 안의 살균제류에 들어갑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6월 24일 안내에서 7월 1일부터 승인받은 살생물제품만 유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관리되던 살균제와 살충제의 승인 경과기간이 2025년 12월에, 판매 경과기간이 2026년 6월에 끝났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매대에서 빠진 제품이 얼마나 될까요? 7월 이후 유통과 판매가 가능한 살생물제품은 236개입니다. 안전성과 효능 자료를 갖추지 못해 퇴출된 품목은 1338개예요.
남은 쪽보다 빠진 쪽이 다섯 배 넘게 많습니다. 같은 이름을 달고 오래 팔리던 제품이 지금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파는 쪽에 걸린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미승인 제품을 유통하거나 판매·진열·보관하는 약국이나 마트는 화학제품안전법 제56조와 제57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요가 몰리는 7~8월을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해 유통 현황을 살피고 있어요.
통을 뒤집으면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습니다. 제품명과 살생물제품유형, 중량 또는 용량, 승인번호, 유해성, 효과·효능, 표준사용량,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이 한글로 표시돼야 합니다. 이 중에서 매대에 선 채로 한 번에 가릴 수 있는 것이 승인번호예요.
다만 번호가 인쇄돼 있다고 그 자리에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집 통이 236개 안에 드는지 초록누리에서 확인하는 법
승인번호는 통에 찍힌 글자일 뿐이라, 그 번호가 실제로 등록된 것인지는 따로 맞춰 봐야 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운영하는 화학제품안전포털 초록누리에서 승인 살생물제품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요.
1단계, 통 뒷면에서 제품명과 승인번호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제품명은 앞면의 큰 글씨가 아니라 표시사항 칸에 적힌 이름을 봐야 합니다. 앞면 이름과 표시사항 이름이 다른 제품이 있어요.
2단계, 초록누리에서 살생물제품 승인정보를 열고 그 번호로 검색합니다. 제품명으로 먼저 찾고, 결과가 여러 개면 승인번호로 좁힙니다.
3단계, 검색된 제품의 효과·효능에 곰팡이가 들어 있는지 맞춰 봅니다. 승인은 대상 생물별로 받는 것이라, 승인된 제품이어도 곰팡이가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게 있어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내를 보면 일부 제품은 2026년 12월까지 제조와 수입이, 2027년 6월까지 판매가 더 허용돼 있습니다. 7월 1일에 모든 미승인 제품이 한꺼번에 사라진 게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진열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승인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번호를 눈으로 확인하고, 초록누리에서 한 번 더 맞춰 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이미 사 둔 제품은 어떻게 할까요. 처벌 조항이 겨냥하는 쪽은 유통하고 판매하고 진열하고 보관하는 사업자입니다. 집에 있는 통을 쓰는 소비자는 그 대상이 아니라서, 이미 산 제품은 표시된 사용기한까지 쓰면 됩니다.
번호를 확인하고 사 온 통이라도, 욕실 선반에 이미 있던 다른 통과 만나는 순간이 더 위험합니다.
락스와 산성 세정제를 같이 뿌리면 잃는 것
욕실 선반에는 보통 통이 두세 개 있습니다. 곰팡이용 락스계 한 통, 물때나 변기용 산성 세정제 한 통이죠. 이 둘을 같은 자리에 이어서 뿌리면 염소가스가 나옵니다.
2025년 11월 보도에서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학 박사는 락스를 세정제나 세제와 섞어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락스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산성 물질과 만나면 강한 독성을 띠는 염소 가스가 생긴다는 설명이었어요. 같은 보도에서 일본에서 주부가 세정제와 락스를 섞어 청소하다 사망한 사례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염소 가스는 입자가 작아 KF-94 필터로도 걸러지지 않습니다.
섞는다는 말을 두 액체를 한 통에 붓는 장면으로만 떠올리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먼저 뿌린 액이 마르지 않은 바닥에 다른 액을 뿌리는 것도 같은 조합이에요. 식초나 구연산으로 물때를 녹이던 자리에 락스계를 이어 뿌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를 다 써야 하는 날은 사이에 물로 충분히 헹구고 바닥에 남은 액을 흘려보낸 뒤에 다음 제품을 씁니다. 창문과 환풍기는 그 전에 미리 열어 둡니다. 문을 닫은 좁은 욕실에서 락스계를 오래 뿌리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섞지 않으려면 어느 통이 어느 자리를 맡는지부터 갈라 놔야 합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타일 줄눈, 산성은 물때에 쓴다
같은 매대에 놓인 통들도 하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라벨의 성분 칸을 보면 크게 세 갈래로 갈립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계는 살균과 표백이 목적입니다. 타일 줄눈, 실리콘, 욕실 벽처럼 물이 닿아도 되고 액을 빨아들이지 않는 표면에 씁니다. 검은 곰팡이 자국을 지우려고 집는 통이 대개 여기 속해요.
산성계는 염산이나 인산 같은 성분으로 물때와 요석을 녹입니다. 곰팡이를 죽이라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 굳은 무기물 오염을 벗겨내는 제품입니다. 줄눈이 뿌옇게 굳은 것은 곰팡이가 아니라 물때인 경우가 많은데, 그 자리가 이 통의 몫이에요.
계면활성제 세정제는 기름때와 일반 오염을 씻어냅니다. 표면을 닦아내는 힘은 있지만 균을 죽이는 것을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이 갈래가 앞에서 본 승인 규칙과 이어집니다. 같은 곰팡이제거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라벨이 살균이나 항균을 내세우면 살생물제품이라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때를 닦아낸다고만 표시하면 세정제품으로 관리돼 승인번호가 없을 수 있어요.
그러니 승인번호가 없다고 전부 불법 제품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살균한다고 적어 놓고 승인번호가 없는 통입니다. 라벨의 문구와 번호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쓸 자리를 갈랐으면 남은 건 순서예요. 뿌리는 일은 다섯 단계 중 세 번째입니다.
환기부터 건조까지 곰팡이 지우는 5단계
1단계, 창문과 환풍기를 먼저 엽니다. 제품을 집기 전에 여는 것이 순서입니다. 뿌린 다음에 열면 이미 좁은 공간에 증기가 찬 뒤예요.
2단계, 마른 곰팡이를 그대로 문지르지 않습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젖은 상태로 만든 뒤에 손을 댑니다. 마른 자국을 솔로 긁으면 포자가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3단계, 제품을 뿌리고 라벨에 적힌 방치 시간을 지킵니다. 표준사용량과 방치 시간은 표시사항 칸에 적혀 있습니다. 젤 타입은 흘러내리지 않게 얇게 펴 바르고, 액상은 흘러내린 양만큼 아래쪽에 다시 뿌립니다.
4단계, 물로 충분히 헹굽니다. 남은 액이 마르면 그 자리에 다음 제품을 쓸 때 위험한 조합이 됩니다. 샤워기로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리면 흘러내린 액까지 같이 씻깁니다.
5단계, 말립니다. 헹구고 나서 문을 닫고 나오시죠? 젖은 줄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같은 자리에 다시 올라옵니다. 환풍기를 30분 더 돌리거나 문을 열어 두고 마른 수건으로 줄눈을 훑어 물기를 걷어냅니다.

다만 이 다섯 단계가 그대로 통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곰팡이제거제가 지우는 자리와 표백만 하는 자리
타일과 줄눈, 실리콘, 도기, 유리는 액을 빨아들이지 않습니다. 표면에 얹힌 액이 곰팡이에 닿아 있다가 물에 씻겨 나가고, 말리면 그걸로 끝납니다. 줄눈과 욕조 실리콘이 여기 해당하고, 앞의 다섯 단계가 그대로 맞는 자리입니다.
벽지와 석고보드, 나무는 다릅니다. 액이 표면에서 멈추지 않고 안쪽으로 스미거나, 반대로 겉면만 하얗게 표백됩니다. 검은색이 사라져서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균사는 마감재 안쪽에 남아 있어요.
두 자리의 차이는 며칠 뒤에 드러납니다. 줄눈은 헹구고 말린 상태 그대로 있고, 벽지는 옅어졌던 자국이 같은 윤곽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같은 제품을 한 번 더 뿌려도 색만 다시 옅어지고 같은 일이 반복돼요.
그래서 줄눈과 실리콘에는 이 방법을 다시 씁니다. 벽지나 석고보드에 번진 곰팡이는 제거제를 더 쓰는 대신 그 마감재를 걷어내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나만 덧붙이면, 방치 시간과 표준사용량은 제품마다 승인받은 조건이 달라서 이 글의 순서보다 통에 적힌 표시가 앞섭니다. 승인 여부가 헷갈리는 제품은 초록누리에서 승인번호로 확인하고, 표시사항이 아예 없거나 검색되지 않으면 제조사 고객센터와 기후에너지환경부 화학제품 상담 창구에 물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승인번호가 없는 제품이 집에 남아 있는데 어떻게 버리나요? A. 제품 표시사항에 보관 및 폐기 방법 항목이 있으니 그 안내를 먼저 따릅니다. 남은 액을 다른 세정제와 한 통에 모아 버리면 안 되고, 용기를 헹궈 분리배출할 때도 락스계와 산성 제품을 같이 담지 않습니다.
Q. 고무장갑 말고 더 챙겨야 할 것이 있나요? A. 살생물제품 표시사항에는 개인보호장구가 필요한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가 적혀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보안경이나 마스크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니 뿌리기 전에 그 줄을 먼저 읽어 두세요.
Q. 초록누리에서 검색이 안 되면 미승인 제품인가요? A. 앞면에 크게 적힌 이름과 표시사항의 제품명이 달라 검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승인번호로 다시 찾아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제조사에 승인번호와 승인일을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Q. 매대에서 표시가 없는 제품을 봤으면 어디에 알리나요? A. 화학제품안전포털 초록누리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품 정보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7~8월이 집중단속 기간이라 제품명과 판매처, 표시사항 사진을 함께 남겨 두면 확인이 빠릅니다.
Q. 방치 시간을 더 길게 두면 더 잘 지워지나요? A. 표준사용량과 방치 시간은 승인 과정에서 정해진 조건이라 더 오래 둔다고 살균 효과가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실리콘이나 줄눈 표면이 상하거나 변색될 수 있어 표시된 시간을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Q. 세탁조나 신발장 곰팡이에도 같은 통을 쓰면 되나요? A. 승인은 사용 범위와 대상까지 정해서 받는 것이라, 표시사항의 효과·효능과 사용방법에 그 용도가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욕실용으로 승인된 제품을 세탁조에 넣으면 부품이 상하거나 헹굼이 충분히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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