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여름 러그를 걷은 날 저녁에 그대로 말아서 옷장에 넣었습니다. 다음 해에 펼쳤더니 한가운데에 갈색 얼룩이 번져 있더라고요.
털기도 했고 청소기도 돌렸는데 왜 그랬을까요. 빠뜨린 건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러그는 옷보다 두꺼워서 겉이 보송해도 털 뿌리 쪽에는 물기가 남아 있어요.
그 상태로 말아 넣으면 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름 러그를 걷는 날은 달력이 아니라 그날의 실내 습도를 보고 정합니다.
여름 러그는 실내 습도 60% 아래로 떨어진 맑은 날에 걷는다
여름 러그를 언제 깔았는지 기억하시나요? 5월 연휴 무렵에 깔아 9월까지 뒀다면 다섯 달입니다. 그동안 러그는 맨발의 땀과 음식 부스러기, 장마철 습기를 계속 받아냈어요.
이걸 언제 걷느냐를 정할 때 대부분 기온부터 봅니다. 그런데 걷는 날에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날 러그를 말릴 수 있느냐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실내 습도를 30~60%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안내합니다. 그 위로 올라간 날에 걷어서 말아 넣으면 러그에 남은 습기가 그대로 갇힙니다.
집에 있는 온습도계를 러그 옆 바닥에 놓고 보세요. 60%를 밑돌고 바깥에 해가 났다면 그날이 걷는 날입니다. 비가 이어지는 주에는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걷은 러그를 바로 말면 안 됩니다. 그 전에 끝내야 하는 일이 네 가지예요.
걷기 전에 먼지 털고 얼룩 지우는 순서 4단계
1단계, 러그 위를 비우고 청소기를 결 반대로 민다
러그 위 물건을 다 치우고 진공청소기를 겁니다. 털이 누운 방향으로만 밀면 뿌리에 낀 먼지가 안 나와요. 결을 거슬러 한 번 더 미세요.
2단계, 뒤집어서 뒷면과 바닥을 함께 치운다
러그를 들어내면 밑에 눌려 있던 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뒷면에도 청소기를 한 번 대고, 러그가 덮고 있던 바닥도 닦습니다. 이 바닥이 겨울 러그가 올라갈 자리입니다.
3단계, 밖으로 들고 나가 세워서 턴다
실내에서 털면 먼지가 다시 러그에 내려앉아요. 베란다나 복도에서 반으로 접어 든 채 아래쪽을 두드립니다. 먼지가 더 안 나올 때까지 위아래를 바꿔 가며 텁니다.

4단계, 취급 표시를 보고 얼룩만 눌러 뺀다
러그 모서리에 붙은 취급 표시 라벨을 먼저 찾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한 KS K 0021이 이 기호를 규정하고 있어요. 물통 기호에 가위표가 있으면 물세탁을 하지 않습니다.
얼룩은 문지르지 말고 마른 수건으로 위에서 눌러 뺍니다. 문지르면 얼룩이 털 뿌리로 밀려 들어가 더 안 빠집니다.
여기까지 하면 러그가 젖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말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시간이 걷는 날과 겨울 러그를 까는 날을 갈라놓습니다.
48시간 안에 마르지 않으면 러그 안쪽부터 곰팡이가 핀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눅눅해진 건축 자재와 가구를 24~48시간 이내에 청소하고 건조하라고 안내합니다. 러그도 같은 시계 안에 있습니다. 겉면이 마르는 데는 반나절이면 되지만, 문제는 털 뿌리와 뒷면 사이입니다.
안쪽이 말랐는지는 손등으로 알 수 있어요. 러그 한쪽을 접어 올려 안쪽 면에 손등을 5초쯤 대봅니다. 주변 공기보다 차갑게 느껴지면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겁니다.
말리는 자리는 그늘이어야 합니다. 인견이나 라탄은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변색되거나 갈라져요.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평평하게 펴고, 반나절마다 위아래를 뒤집습니다.
다 말랐으면 이제 넣습니다. 넣는 방향 하나가 다음 여름 러그 모양을 정합니다.
접지 말고 말아서 넣는 순서 4단계
1단계, 털 면을 안쪽으로 두고 결 방향으로 만다
접어서 넣으면 접힌 선이 굳어 다음 해에 펴지지 않습니다. 손으로 짠 러그는 그 선을 따라 바탕실이 끊어지기도 해요. 털 면을 안으로 넣고, 털이 누운 방향을 따라 한쪽 끝부터 맙니다.
너무 세게 조여 말면 안 됩니다. 손이 들어갈 정도로 느슨하게 마세요.
2단계, 비닐 대신 바람이 통하는 커버로 싼다

비닐은 습기를 가둡니다. 안에 남은 물기가 나가지 못하고 러그 안에서 맴돌아요. 부직포 커버나 면 시트를 씌우고 끝만 묶습니다.
3단계, 세우지 말고 눕혀 둔다
말아 세워 두면 아래쪽이 자기 무게에 눌립니다. 선반 위나 침대 밑에 눕히고, 그 위에 다른 짐을 올리지 않습니다.
4단계, 제습제는 바닥 쪽에, 방충제는 러그에 닿지 않게 둔다
습기는 아래로 가라앉으니 제습제는 러그와 같은 높이나 그보다 낮은 자리에 놓습니다. 방충제는 러그에 직접 닿으면 그 자리만 변색될 수 있어요. 러그에서 한 뼘 떨어진 위쪽에 두고, 밀폐된 공간에서만 씁니다.
여기까지가 소재와 상관없이 같은 순서입니다. 다만 어디에 넣어 둘지는 소재마다 갈립니다.
여름 러그와 겨울 러그는 어디에 넣어 두어야 할까?
같은 러그라도 여름용과 겨울용은 만든 재료가 다릅니다. 여름 러그는 몸에 닿았을 때 시원하라고 인견이나 대나무, 왕골처럼 물기를 빨리 내보내는 재료를 씁니다. 겨울 러그는 반대로 열을 붙잡아 두려고 털을 길게 세운 극세사나 울을 씁니다.
이 차이가 보관 조건을 갈라놓습니다.
| 소재 | 물세탁 | 말리는 자리 | 넣어 둘 곳 |
|---|---|---|---|
| 인견·레이온 | 취급 표시 확인 | 그늘에 평평하게 | 눌리지 않게 눕혀서 |
| 면 | 취급 표시 확인 | 그늘에 평평하게 | 제습제와 함께 |
| 대나무·라탄·왕골 | 물에 담그지 않음 | 바람 통하는 그늘 | 건조한 곳, 햇빛 안 드는 곳 |
| 극세사·폴리에스터 | 취급 표시 확인 | 그늘, 뒤집어 가며 | 털 면이 눌리지 않게 |
| 울 | 물세탁 금지 표시가 많음 | 그늘에 평평하게 | 방충제를 따로 |
대나무와 라탄은 물에 담그면 안 됩니다. 인테리어 자재 회사 LX하우시스는 라탄을 물에 담그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갈라진다고 안내합니다. 묽게 푼 세제 거품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 닦고, 남은 세제를 마른 천으로 걷어 냅니다.
울 러그는 벌레가 먹는 유일한 소재입니다. 다른 소재는 제습제만으로 충분하지만, 울은 방충제를 하나 더 넣습니다.
여름 러그를 넣었으면 빈 바닥이 남습니다. 겨울 러그를 언제 깔지 정하려면 그 바닥을 재봐야 합니다.
겨울 러그는 바닥이 19도로 내려간 날 깐다
국제 실내환경 기준인 ASHRAE 55는 사람 발이 바닥에 닿는 공간이라면 바닥 표면온도를 19~29도로 두라고 정합니다. 아래쪽 19도가 발이 시리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경계선입니다. 겨울 러그를 까는 날은 이 선을 넘어간 날이에요.
재는 도구는 비접촉 적외선 온도계입니다. 요리용으로 파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잽니다. 거실 한가운데만 재지 말고 창가와 현관 쪽도 재보세요. 같은 방에서도 몇 도씩 차이 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는 시점입니다. 난방을 켜면 바닥이 25도 위로 올라가니 러그가 없어도 시리지 않아요. 그래서 난방을 켜기 전에 재야 러그가 필요한지가 나옵니다.
난방을 켜지 않았는데 바닥이 19도 아래인 기간, 이때가 겨울 러그가 가장 값어치를 하는 구간입니다. 서울 기준으로는 10월 중순부터 난방을 켜는 11월 초까지 몇 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남습니다. 난방을 켜고 나면 러그가 그 열도 같이 막는 것 아닐까요?
러그가 바닥 열을 막는데도 겨울에 까는 이유
막습니다. 영국의 바닥난방 제조사 협회는 바닥난방을 쓰는 집이라면 카펫과 그 밑 깔개를 합한 열저항 값을 2.5 tog 아래로 두라고 권합니다. tog는 열이 얼마나 안 통하는지를 재는 단위입니다.
카펫 제조사 코마카펫이 공개한 제품 목록을 보면 카펫 하나가 0.9에서 2.2 tog 사이입니다. 밑에 까는 깔개는 1.3 이하를 쓰라고 안내합니다. 둘을 겹치면 2.5를 넘기기 쉽다는 뜻이에요.
국내에서 파는 러그에는 이 값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러그 밑에 까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빼는 겁니다. 두 겹 중 하나를 줄이면 열이 지나갈 길이 그만큼 열립니다.
그럼에도 겨울 러그를 까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난방을 켜기 전 구간의 냉기를 막아 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발소리를 줄여 줍니다. 난방을 켠 뒤에는 러그를 깐 자리만 늦게 데워지니, 온 바닥을 덮지 말고 앉는 자리와 지나다니는 길에만 까세요.
겨울을 나는 동안 옷장 안의 여름 러그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 여름에 꺼냈을 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예요.
보관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방법 3가지
하나, 펴기 전에 만 채로 냄새를 맡는다
커버를 벗기고 만 상태 그대로 끝면에 코를 가까이 대봅니다. 퀴퀴한 냄새가 나면 안쪽까지 곰팡이가 번진 겁니다. 펼치기 전에 확인해야 포자가 방 안에 흩어지지 않아요.
둘, 말려 있던 안쪽 면을 손등으로 만진다
펼친 다음 가장 안쪽에 있던 면에 손등을 대봅니다. 바깥면보다 차갑게 느껴지면 넣을 때 물기가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흰 수건으로 그 자리를 문질러 색이 묻어나는지도 같이 보세요.

셋, 같이 넣은 제습제를 확인한다
제습제 통에 물이 가득 찼다면 그 공간의 습도가 높았던 겁니다. 러그에 문제가 없더라도 다음번에는 넣어 두는 자리를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걸리면 바로 깔지 말고 다시 말립니다. 그늘에 이틀 펴 두고, 냄새가 남으면 취급 표시를 다시 확인해 세탁합니다. 물세탁 금지 표시가 있는 울이나 손으로 짠 러그는 러그 전문 세탁 업체에 맡기는 편이 안전해요.
자주 묻는 질문
Q. 러그 밑에 깔았던 미끄럼 방지 패드도 같이 걷어야 하나요? A. 같이 걷어서 따로 보관합니다. 패드는 대부분 고무나 PVC라 러그와 함께 말아 두면 러그 뒷면에 눌어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진공 압축팩에 넣어 부피를 줄여도 되나요? A. 겨울 러그처럼 털이 선 러그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몇 달을 눌린 채로 두면 털이 원래대로 서지 않고, 압축팩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남은 물기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Q. 베란다에 두어도 괜찮나요? A. 결로가 생기는 베란다라면 피하세요. 창에 맺힌 물이 아래로 흘러 바닥에 고이면 눕혀 둔 러그가 그 물을 받게 됩니다.
Q. 넣어 두는 동안 한 번은 꺼내 봐야 하나요? A. 말아 둔 채로 여섯 달이 넘어가면 한 번 펼쳐 보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자리가 계속 눌리면 그 선이 굳고, 습기가 생겼더라도 그때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새로 산 겨울 러그도 깔기 전에 손질해야 하나요? A. 펼쳐서 하루쯤 바람을 쐬어 주세요. 말린 채로 포장돼 오기 때문에 접힌 자국이 남아 있고, 제조 과정의 잔털이 처음 며칠 동안 많이 빠집니다.
Q. 러그를 걷은 자리에 자국이 남았는데 어떻게 하나요? A. 장판이 눌려 생긴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돌아옵니다. 색이 변한 자국이라면 러그 밑에 습기가 있었다는 신호이므로 바닥을 닦고 하루 이상 말린 뒤에 겨울 러그를 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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