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방충 코너에서 늘 집던 매트형 모기약을 못 찾고 그냥 나왔습니다. 매대 자리는 그대로인데 올라온 물건만 바뀌어 있더라고요.
찾아보니 2026년 7월 1일부터 승인받은 살생물제품만 만들고 들여오고 팔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세운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1,338개가 판매 금지 목록에 올랐고, 지금 유통되는 것은 236개입니다. 매트형 모기약이나 모기향처럼 이름이 익은 품목도 여기 들어갔어요.
그래서 방충 매대가 물리적으로 막는 제품과 천연 원료 쪽으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집에서 그릇 하나로 만드는 트랩이 급할 때 쓰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금 고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 된 셈이에요.
그런데 트랩부터 만들면 며칠 지나 또 새로 날아다닙니다. 날파리는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집 안 어딘가에서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그릇을 꺼내기 전에 그 자리부터 찾아야 합니다.
날파리는 창문으로 들어온 게 아니다
방충망을 아무리 살펴봐도 들어올 틈이 안 보이는데 부엌에만 계속 날아다닌 적 있으시죠?
집에서 흔히 보는 날파리는 초파리입니다. 초파리는 사람이 먹다 남긴 것과 상하기 시작한 것에 알을 낳아요. 부엌 조명 아래를 도는 것들은 대부분 창문을 넘어온 게 아니라 집 안에서 자란 것들입니다.
여기서 트랩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트랩은 이미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성충만 그릇으로 끌어들여요. 알과 유충은 눈에 안 띄는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 며칠만 지나면 새 성충이 또 올라옵니다.
트랩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자리를 안 치우면 계속 새로 만들게 됩니다. 그릇을 꺼내기 전에 확인할 자리는 여섯 곳입니다.
날파리가 알을 낳는 자리 6곳
음식물 쓰레기통 안쪽과 뚜껑 테두리 통을 비우고 나서도 뚜껑 안쪽 홈에 국물이 말라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만 비우지 말고 뚜껑을 젖혀서 테두리까지 물로 씻어 주세요.
싱크대 배수구 거름망 아래 거름망을 들어내면 그 밑 벽면에 미끈한 층이 껴 있습니다. 솔로 벽면을 문지른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흘려보냅니다.

개봉한 과일과 채소 상온에 둔 바나나, 자른 자리가 갈변한 사과, 껍질이 무른 토마토가 대표적입니다. 한 알만 물러도 그 자리에서 시작되니 무른 것부터 골라 버리세요.
술병과 음료병 입구 다 마시고 개수대 옆에 세워 둔 병 입구에 남은 몇 방울이 발생원이 됩니다. 마신 그날 헹궈서 내놓는 것이 확실합니다.
화분 흙 표면 겉흙이 축축하고 위에 유기물이 얹혀 있으면 여기서도 나옵니다. 손가락으로 겉흙을 긁어 보고 뭉쳐 있으면 걷어냅니다.
재활용 분리수거함 헹구지 않고 넣은 배달 용기와 요구르트 병이 한데 모여 있는 자리예요. 베란다에 두었더라도 문을 열 때마다 부엌으로 넘어옵니다.
여기까지 훑고 나면 새로 태어날 자리가 줄어듭니다. 남은 일은 이미 날아다니는 것들을 그릇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하나, 식초와 설탕으로 만드는 그릇 트랩 순서
준비물은 부엌에 다 있습니다. 사과식초나 막걸리, 설탕 한 꼬집, 주방세제 한 방울, 작은 그릇, 랩, 이쑤시개면 됩니다.
먼저 그릇에 사과식초를 바닥에서 1cm쯤 올라오게 붓습니다. 막걸리가 있으면 그걸 써도 돼요. 여기에 설탕을 한 꼬집 넣고 저어 줍니다.
다음은 주방세제 한 방울입니다. 한 방울이면 되고, 많이 넣는다고 더 잡히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릇 위에 랩을 팽팽하게 씌우고 이쑤시개로 구멍을 여러 개 뚫습니다. 구멍은 이쑤시개가 겨우 들어갈 만큼 작게 냅니다. 들어가기는 쉽고 나오기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랩의 역할입니다.
이 조합은 이런 방식으로 통용됩니다. 식초와 설탕이 내는 발효 냄새가 초파리를 그릇 쪽으로 부르고, 주방세제의 계면활성제가 물 표면의 장력을 깨뜨려 앉는 순간 빠지게 한다는 설명이에요. 세제를 빼면 표면에 앉았다가 그냥 날아가는 일이 생깁니다.
놓는 자리는 앞에서 찾은 발생원 근처입니다. 다만 손이 지나다니는 길목은 피하세요. 음식물 쓰레기통 옆 선반이나 싱크대 구석이 무난합니다.
갈아 주는 간격은 2~3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옅어지고, 걸린 것들이 쌓이면 새로 오는 것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져요.

다만 식초를 아예 사 두지 않는 집이라면 이 순서가 첫 줄부터 막힙니다.
둘, 과일 껍질을 그대로 쓰는 트랩 만드는 법
버리려던 과일 껍질이 식초 자리를 대신합니다. 껍질은 무를수록 좋아요.
갈변한 바나나 껍질, 반쯤 무른 복숭아 조각, 단맛이 남은 사과 심지를 씁니다. 컵이나 유리병 바닥에 두세 조각 넣고 물을 조금 부어 잠기게 하세요.
여기에도 주방세제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랩과 이쑤시개로 마무리하는 것은 같습니다. 껍질만 넣고 물을 안 부으면 앉았다가 그대로 날아가니 물은 꼭 넣습니다.
대신 껍질 트랩은 그릇 트랩보다 자주 갈아야 합니다. 껍질 자체가 초파리가 알을 낳는 자리라서, 오래 두면 트랩이 발생원으로 바뀝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은 통째로 버리고 새로 만드세요.
두 방식 모두 랩을 씌운 그릇이라 손이 스치면 엎어집니다. 쏟을 자리가 마땅치 않은 부엌에서는 모양이 아예 다른 방식을 씁니다.
셋, 페트병 트랩은 그릇 트랩과 무엇이 다를까?
만드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500ml 페트병의 어깨 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잘라낸 윗부분을 뒤집어 아래쪽에 끼우면 깔때기가 됩니다. 뚜껑은 빼고 끼워야 입구가 열려 있어요.
안에 넣는 것은 앞의 둘과 같습니다. 식초나 과일 껍질에 세제 한 방울을 넣고 몸통 바닥에 부어 두면 됩니다.
차이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랩이 필요 없습니다. 깔때기 입구가 랩 구멍의 역할을 대신하니 이쑤시개도 안 씁니다.

두 번째는 쏟을 걱정입니다. 페트병은 벽이 높고 입구가 좁아서 손이 스쳐도 잘 안 넘어져요. 반대로 그릇 트랩은 랩이 헐거워지면 그대로 엎어집니다.
세 번째는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페트병 트랩은 부피가 커서 상판에 올려 두면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릇 트랩은 납작해서 냄비 옆에 두어도 티가 덜 나요.
세 가지 다 재료가 부엌 안에서 끝난다는 점은 같습니다. 여기에 뭔가를 더 넣거나 만든 것을 옮기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트랩을 만들 때 하면 안 되는 3가지
락스를 넣지 않습니다. 냄새가 세면 더 잘 잡힌다며 락스를 섞는 방법이 돌아다니는데, 이건 하면 안 됩니다. 락스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식초 같은 산성 물질과 만나면 염소가스를 만듭니다. 창을 닫아 둔 좁은 부엌에서 이 가스가 나오면 그대로 마시게 돼요.
만든 트랩을 남에게 주지 않습니다. 효과를 보면 이웃이나 가족에게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지죠. 그런데 화학제품안전법은 승인받지 않은 살생물제품을 누구든지 팔거나 거저 주지 못하게 정해 두었습니다. 팔거나 줄 목적으로 진열하고 보관하는 것도 함께 막혀 있어요. 집에서 본인이 쓰는 데까지가 안전한 선입니다.
기피제를 살충제 대신 쓰지 않습니다. 방충 코너에서 남은 물건을 집어 오다 보면 기피제를 살충제로 알고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약처가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기피제는 벌레를 죽이는 제품이 아니라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는 제품이에요. 허가된 유효성분은 DEET, 이카리딘, IR3535, PMD 네 가지입니다. 트랩 옆에 이걸 뿌려도 그릇에 걸리는 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 말 것을 걸러내고 나면 남는 물음은 하나입니다.
우리 집이면 어느 날파리트랩을 먼저 놓을까?
셋 중에 무엇을 고를지는 지금 부엌 상태가 정합니다.
식초나 막걸리가 이미 있고 상판에 빈 자리가 있으면 그릇 트랩을 만드세요. 가장 빨리 만들 수 있고 갈아 주기도 쉽습니다.
식초를 안 사 두는 집이면 냉장고에서 무른 과일부터 꺼내세요. 어차피 버릴 것이라 따로 살 것이 없고, 발생원 하나를 같이 치우는 셈이 됩니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부엌을 지나다니면 페트병 트랩으로 갑니다. 쏟으면 곤란한 자리밖에 없는 집에서는 벽이 높은 쪽이 낫습니다.

화분 흙에서 올라오는 경우라면 트랩을 몇 개 놓아도 잘 안 줄어듭니다. 겉흙을 걷어내고 마른 모래나 마사토를 얇게 덮는 쪽이 먼저예요.
집 안 곳곳에 트랩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발생원 근처 한두 개면 되고, 다른 방에 놓은 것들은 며칠 뒤에도 비어 있을 거예요.
끝났는지는 트랩이 알려줍니다. 이틀에 한 번 갈면서 걸린 수를 대충 세어 두세요. 첫 판보다 둘째 판이 눈에 띄게 적고 셋째 판에서 한두 마리로 떨어지면, 알을 낳던 자리가 정리된 겁니다.
세어 둔 수가 사흘째 그대로면 아직 못 찾은 자리가 남았다는 뜻이니 앞의 여섯 곳을 다시 훑습니다. 트랩은 이미 날아다니는 것을 줄일 뿐이라, 청소를 같이 하지 않으면 이 숫자가 안 내려가요.
다만 트랩을 갈아도 그릇은 계속 비어 있는데 벌레는 보인다면 초파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욕실이나 배수구 근처 벽에 붙어 있는, 날개가 넓적한 작은 벌레는 나방파리라 발효 냄새에 오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 쓴 트랩의 내용물은 어떻게 버리나요? A. 액체는 배수구가 아니라 변기에 붓고 물을 내리는 쪽이 낫습니다. 배수구에 부으면 거름망 아래에 껍질 조각이 걸려서 새 발생원이 되기 쉽습니다. 껍질과 랩은 물기를 뺀 뒤 종량제 봉투에 넣으세요.
Q. 식초 대신 맥주나 와인을 써도 되나요? A. 남은 맥주나 와인도 발효 냄새가 나기 때문에 유인원으로 쓰입니다. 다만 탄산이 빠지지 않은 맥주는 거품이 올라와 세제 층을 흩어 놓으니, 뚜껑을 열어 하루 둔 것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Q.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도 놓아도 되나요? A. 재료는 식초와 설탕, 주방세제뿐이지만 그릇째 마시거나 엎을 수 있어서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이 안전합니다. 문을 닫아 두는 다용도실이나 싱크대 안쪽처럼 발이 닿지 않는 자리에 두세요.
Q. 며칠 집을 비울 때는 트랩을 어떻게 하나요? A. 떠나기 전에 트랩을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통과 배수구를 비운 뒤 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방치된 트랩은 액이 마르면서 오히려 알을 낳는 자리가 됩니다.
Q. 트랩을 여러 개 놓으면 더 빨리 줄어드나요? A. 개수보다 놓는 자리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발생원에서 멀리 떨어진 트랩은 며칠이 지나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같은 부엌 안에서 자리를 옮겨 보는 편이 낫습니다.
Q. 냉장고에 넣어둔 과일에서도 나올 수 있나요? A. 냉장실에 있던 과일이라도 사 올 때 껍질에 알이 붙어 있었다면 꺼내 둔 뒤 상온에서 자랍니다. 봉지째 넣어 둔 포도나 방울토마토는 씻어서 물기를 뺀 뒤 밀폐 용기에 옮겨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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