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세미는 자주 삶아라, 한 달에 한 번은 갈아라, 락스에 담가라. 싱크대 위생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붙는 말입니다.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소독을 마친 수세미가 돌아가는 곳은 결국 거치대예요. 소독은 며칠에 한 번이고, 수세미가 거치대에 얹혀 있는 시간은 하루의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거치대를 고를 때 흡착력이나 스테인리스 마감보다 먼저 볼 것이 있어요. 이 물건이 원래 무슨 일을 하라고 만들어졌는지, 거치대가 하는 일부터 짚어야 합니다.
거치대가 해주는 일은 수세미를 말리는 것 하나다
거치대는 수세미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세균을 줄이는 것은 소독이 하는 일이고, 거치대가 맡는 것은 그다음이에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이 2021년 8월 24일에 낸 주방용구 안내에 이 순서가 나와 있습니다. 주방용구는 열탕소독(100℃, 30초 이상)한 것을 쓰고, 사용한 뒤에는 건조시켜 물기를 없애라는 내용이에요. 소독이 한 줄, 건조가 또 한 줄로 따로 적혀 있습니다.
거치대는 이 두 줄 가운데 뒤쪽만 맡습니다. 설거지가 끝난 수세미에서 물이 빠지게 하고, 마르는 동안 공기가 닿게 두는 것까지예요.
그러니 제품을 볼 때 확인할 것도 하나로 줄어듭니다. 여기 걸어 둔 수세미가 다음 설거지 전에 마르는가. 흡착판이 얼마나 세게 붙는지, 몸통이 스테인리스인지 플라스틱인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그런데 수세미에서 빠진 물은 어디로 갈까요?
물이 싱크볼로 떨어지는지 조리대에 고이는지 확인하는 법
수세미 거치대는 붙이는 곳에 따라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싱크볼 안쪽 벽에 흡착판이나 걸이로 붙이는 것, 수도꼭지 목에 거는 것, 조리대나 싱크대 턱 위에 세워 두는 받침형입니다.
앞의 둘은 수세미에서 떨어진 물이 그대로 싱크볼 바닥으로 갑니다. 받침형은 다릅니다. 아래에 물받이 트레이가 달려 있고, 떨어진 물이 그 안에 모여요.
트레이에 모인 물을 설거지 때마다 비우면 이 구조도 문제가 없습니다. 비우지 않으면 수세미 밑면이 고인 물에 닿은 채로 밤을 보내게 돼요. 위쪽은 말라 있는데 바닥에 닿은 면만 젖어 있는 상태가 여기서 생깁니다.
지금 쓰는 거치대가 어느 쪽인지는 물 한 컵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수세미를 평소처럼 걸어 둔 다음, 그 위에 물을 부어 흘려 보세요. 물이 전부 싱크볼 안으로 떨어지면 사람이 비울 것이 없는 구조고, 트레이나 조리대에 남으면 그 물을 매번 비워야 하는 구조입니다.
받침형이라고 나쁜 물건은 아닙니다. 싱크볼이 좁아 흡착판을 붙일 곳이 없는 집도 있고, 수도꼭지 모양 때문에 걸이형이 걸리지 않는 집도 있어요. 다만 받침형을 고르면 트레이 비우기가 설거지 뒤에 하나 더 붙는다는 것을 알고 사는 편이 낫습니다.

물이 빠져나갈 길을 정했다면 다음은 수세미 쪽입니다. 같은 거치대에 걸어도 소독까지 견디는 수세미가 있고 그렇지 못한 수세미가 있어요.
수세미 재질 8종에 통한 소독법과 철 수세미에 못 쓰는 소독법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2022년 5월부터 6월까지 수세미 재질 여덟 가지를 놓고 소독법을 비교한 시험이 있습니다. 필름, 아크릴, 철, 실리콘, 망사스펀지, 천연, 망사, 스펀지 여덟 종류예요.
먼저 짚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시험은 각 수세미에 세균 10만 CFU/g을 연구원이 인위적으로 주입한 뒤 얼마나 지워지는지 본 것입니다. 집에서 쓰는 수세미에 그만큼 있다는 뜻이 아니라, 소독법끼리 견주려고 같은 출발선을 만들어 놓은 값이에요.
다섯 가지 방법 중 어느 쪽이 여덟 종류 전부에서 통했을까요? 끓는 물 10분이 여덟 종류 모두에서 100% 제거였습니다. 전자레인지 2분은 철 수세미를 뺀 일곱 종류에서 100%였어요.
철 수세미가 빠진 이유는 결과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재질상 전자레인지에 쓸 수 없어 시험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됐습니다.
나머지 세 가지는 조건이 조금 복잡합니다. 물 1.5리터에 락스 5밀리리터를 섞은 희석액에 5분을 담근 쪽은 천연 수세미가 99.96%, 나머지 일곱 종류가 100%였어요. 물 1리터에 주방세제 2그램으로 씻은 쪽과, 물·베이킹소다·식초를 1대 1대 1로 섞어 5분 담근 쪽은 평균 99.64~99.76%에 머물렀습니다.
같은 연구원은 재질별 안내도 함께 냈습니다. 내열성이 강한 실리콘 수세미에는 열탕이나 전자레인지 소독을 권합니다. 물·베이킹소다·식초를 쓸 때는 20분 이상 담그라고 했고, 천연 수세미는 오염에 취약하니 자주 교체하라는 내용이 붙어 있어요.

다만 어떤 방법을 고르든 그 앞에 반드시 붙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건 재질 시험과는 별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해 둔 순서예요.
세척하고 헹군 다음에 살균소독하는 순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척하고 물로 헹군 후에 살균소독하는 것을 원칙으로 안내합니다. 앞을 건너뛰면 뒤가 제 몫을 못 한다는 이유까지 함께 적혀 있어요.
1단계, 세척제로 씻어냅니다. 수세미에 남은 음식물과 기름기를 먼저 없애는 단계입니다. 식약처는 표면에 남아 있는 유기물질이나 지방 같은 이물질 때문에 살균소독 효과가 감소한다고 밝힙니다.
2단계, 물로 헹굽니다. 세척제가 남지 않게 헹구는 것이 이 단계가 하는 일이에요.
3단계, 살균소독합니다. 끓는 물이든 전자레인지든 락스 희석액이든 여기서 씁니다. 식약처는 살균소독제를 미리 만들어 두면 살균소독력이 감소할 수 있으니, 쓸 때마다 1회 사용량만 물에 희석하라고 안내해요.
빠뜨리면 안 되는 주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세척제와 살균소독제는 반드시 따로 씁니다. 둘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가스 같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가 밝힌 이유예요.
정책브리핑도 세척제나 유효성분이 다른 살균·소독제를 섞으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같은 주의를 답니다. 주방세제를 묻힌 수세미에 그대로 락스를 붓는 것이 여기에 걸려요. 씻고, 헹구고, 그다음에 소독입니다.
그럼 3단계에서 끓는 물과 전자레인지 중 어느 쪽을 집을 수 있을까요?
끓는 물 10분과 전자레인지 2분, 수세미 재질에 따라 쓸 수 있는 쪽
두 방법은 제거율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갈라지는 것은 어떤 수세미에 쓸 수 있느냐예요.
끓는 물은 여덟 종류 전부에 쓸 수 있었습니다. 정책브리핑이 적어 둔 열탕소독 조건은 100℃에서 30초 이상이고, 연구원 시험은 끓는 물에 10분을 담근 조건이었어요. 냄비에 물을 올리고 수세미가 잠기게 넣으면 되니 따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전자레인지 2분은 냄비를 올릴 필요가 없어 손이 덜 갑니다. 대신 철 수세미에는 쓸 수 없어요. 쇠줄을 뭉쳐 만든 수세미를 쓰고 있다면 이 방법은 처음부터 빼고 시작합니다.

실리콘 수세미는 어느 쪽을 골라도 됩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열탕과 전자레인지 소독을 함께 권한 재질이 실리콘이에요.
천연 수세미는 두 방법 모두에서 100%가 나왔습니다. 다만 오염에 취약하니 자주 교체하라는 안내가 이 재질에만 따로 붙어 있어요. 소독으로 해결되는 부분과 교체로 해결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가 재질과 소독법을 맞춰 보는 이야기입니다. 수세미마다 제조사가 적어 둔 사용 방법이 다르니,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에 제품 포장의 표시부터 확인하세요. 표시가 없거나 견디는 온도를 알 수 없으면 그 방법은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살균소독제 사용법이나 주방용구 위생 기준을 더 확인하고 싶으면 식품안전나라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거치대 자체는 어떻게 씻나요? A. 거치대도 물이 계속 닿는 주방용구라 수세미만 관리해서는 물때가 남습니다. 흡착판 안쪽과 트레이 바닥처럼 물이 마지막까지 남는 곳을 세척제로 닦고 헹군 뒤 말려 두세요.
Q. 소독을 마친 수세미는 바로 거치대에 걸어도 되나요? A. 끓는 물에서 꺼낸 직후에는 수세미가 물을 가득 머금은 상태라 그대로 걸면 트레이나 싱크대에 물이 흥건해집니다. 식을 때까지 두었다가 물기를 짜낸 다음 거치대에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Q. 설거지용과 청소용 수세미를 한 거치대에 걸어도 되나요? A. 칸이 나뉘어 있어도 젖은 상태로 붙어 있으면 두 수세미의 물이 서로 옮겨 갑니다. 용도가 다르다면 거치대를 나누거나, 최소한 서로 닿지 않는 간격이 나오는 제품으로 고르세요.
Q. 수세미는 며칠에 한 번 소독하면 되나요? A. 며칠에 한 번이라고 못 박은 공적 권장 주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대신 식약처는 세척 후 살균소독이라는 순서를, 정책브리핑은 사용 후 건조를 안내하고 있으니 주기보다 이 두 가지를 지키는 쪽이 확실합니다.
Q. 흡착판이 자꾸 떨어지는데 다른 방법이 있나요? A. 흡착판은 붙이는 면이 매끄럽고 물기와 기름기가 없어야 버팁니다. 싱크볼 안쪽이 무광이거나 요철이 있는 재질이면 흡착판 대신 수도꼭지에 거는 형태나 싱크대 턱에 끼우는 형태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Q. 식기건조대 옆에 두면 안 되나요? A. 식기건조대 아래에 물받이 트레이가 있다면 수세미에서 떨어진 물까지 그 트레이에 모입니다. 건조대와 나란히 두더라도 수세미 쪽 물은 싱크볼 안으로 떨어지게 위치를 잡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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